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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마를 뻔한 샘터…기적이 일어났죠"

■김성구 샘터사 대표 인터뷰

국내 첫 문예교양지 ‘월간샘터’

폐간 위기 넘기고 50주년 맞아

법정스님 10주기에 신간도 내

“코로나로 일상의 감사함 커져”

“이웃 이야기 다채롭게 전할 것”

지난 2003년 4월 월간샘터 지령 400호 기념 대담에 참석했던 법정(왼쪽부터) 스님, 피천득 수필가, 김재순 전 국회의장, 최인호 소설가./사진제공=샘터




독일로 일하러 간 간호사는 잡지 속 글을 읽다가 그리운 엄마를 떠올렸다. 서울로 유학 온 고학생은 학비를 보내주는 고향 누나 생각에 울컥했다.

실패에 무릎 꿇으려던 순간 우연히 읽게 된 법정 스님의 글에 재기를 마음 먹은 청년, 전문가 기고에 반해 같은 길을 가겠노라 결심한 고등학생도 있었다. 내가 보낸 사연이 아닌데도 마치 내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때로는 웃음이, 때로는 눈물이 샘솟았다.

그렇게 50년이 흘렀다. 국내 첫 문예교양지 ‘월간 샘터’가 수많은 독자들의 사연과 함께 해온 시간이다.

월간샘터 50주년 기념호를 펼쳐든 김성구 샘터사 대표./정영현기자


■법정·정채봉·최인호가 빛냈던 지면들

최근 월간샘터 창간 50주년 기념호를 발행한 김성구(사진) 샘터사 대표를 서울 혜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짙은 초록색 표지의 기념호를 처음 받아든 순간 누가 가장 먼저 떠올랐는지 묻자 김 대표는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아버지”라고 답했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50년 전 샘터를 창간한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다. 김 전 의장은 당시 담배 한 갑 가격보다 저렴한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목표로 출판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 그 다음으로는 독자들이 떠올랐다”며 “독자들에게는 그저 한없이 고맙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월간샘터를 무기한 휴간하기로 결심했었다. 사실상 폐간 결정이었다.

한때 50만 부씩 찍던 잡지였다. 법정 스님을 비롯해 작가 최인호·정채봉·김승옥, 시인 강은교·정호승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글도 오랫동안 샘터의 지면을 빛냈다. 1970년 4월 창간호엔 서울경제신문 창업주 백상 장기영 선생도 글을 보냈다. ‘무엇에든 미쳐보라’는 청춘의 도전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글이었다. 셀 수 없는 독자들의 빛나는 사연들도 끊임없이 출판사로 날아 왔다.

하지만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문예교양지가 설 땅은 점점 좁아졌다. 계속되는 적자를 단행본 출간을 통해 메워왔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아버지의 유지도 중요했지만 출판사 식구들을 책임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 판단했다.



김 대표는 “25년 전 일간지 기자 생활을 접고 아버지 대신 샘터를 이끌게 됐을 때부터 잡지 사정은 좋지 않았다”며 “나름대로 컨설팅도 받고 편집 디자인을 외주화해보기도 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출판 경기가 나빠지면서 더 이상 잡지를 끌고 가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1970년 4월 국내 첫 문예교양지로 첫 선을 보인 월간샘터 창간호./사진제공=샘터


■폐간 위기 소식에 오랜 독자들 달려와

밑바닥까지 왔다고 생각한 순간, 기적이 찾아왔다. 독자들이 ‘폐간 만은 안 된다’며 직접 본사로 찾아와 후원금을 냈다. 해외에서도, 교도소에서도 ‘계속 곁에 있어달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우리은행에서도 연락이 왔다. ‘국내 최고(最古) 은행으로서 국내 최고(最古) 교양 잡지를 지키고 싶다’며 선뜻 지원을 약속했다. 창간 50년을 앞두고 바짝 마를 뻔한 샘터에 물이 다시 흐르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정기 구독자가 갑자기 2,400명이나 늘었고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스님의 말씀을 새롭게 엮어 단행본도 낼 수 있게 됐다”며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줄줄이 벌어지는데 모든 게 기적이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김 대표는 ‘기적’이라 했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오랜 인연들이 모여 만든 필연의 결과다.

큰 고비를 넘긴 후 이렇게 맞게 된 새로운 50년에 샘터는 한결같음을 다짐한다. 김 대표는 “샘터의 근간은 지난 세월 많은 독자들이 보내준 일상의 정직하고 행복한 이야기”라며 “앞으로도 평범한 이웃들의 삶 속 경험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소소한 일상의 중요함이 새삼 크게 느껴지는 지금, 그는 작은 사명감을 느낀다. “이번 사태가 사람들로 하여금 단순하고 소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 인간으로서의 품위 유지, 연대의 중요성 등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큰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샘터가 그 과정을 함께 하려 합니다”

물론 세상의 변화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김 대표는 “샘터가 가진 행복한 이야기들을 시대 변화에 맞춰 여러 미디어를 통해 풀어내려 하고 있다. 지면 만이 유일한 이야기 채널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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