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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빈 상가를 청년에게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암벽등반 시 지지점으로 사용하는 강철 피톤(쇠못)을 만드는 회사였다. 하지만 강철 피톤을 암벽에 박으면 균열이 생겨 암벽이 훼손되는 것을 알게 된 후 대안을 모색했다. 망치를 사용하지 않고 암벽의 틈 사이에 끼우면 강하게 고정되는 알루미늄 초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설비 폐기와 신규 투자비용 발생으로 가격이 비싸지고 수요도 불확실해지는 문제점이 예상됐지만 환경을 보호한다는 경영철학에 따라 생산을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자연보호를 실천하는 등반가들이 해당 제품의 사용을 선호했고 이는 매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는 해당 업체가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이처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이미지 제고와 이윤도 창출하는 경영방식이 새로운 글로벌 경영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미국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기업 이익의 일부를 사후에 사회로 환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 한 단계 진화한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CSV는 사전에 사회문제 해결과 기업의 본 사업을 연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장기적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필자는 2018년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임직원과 함께 CSV를 실천할 수 있는 사업 분야를 찾아 나섰다. 예금보험공사는 파산 저축은행의 담보부동산 등을 매각해 해당 자금을 피해예금자 구제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파산한 30여개 저축은행의 담보부동산 중 일부 상가는 복잡한 권리관계 등으로 수차례의 매각 시도에도 팔리지 않고 있었다.



장기간 비어 있던 공실 상가를 청년과 사회적 약자에게 창업공간·배움터 등으로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게 됐다. 그때만 해도 공실상가를 1년씩 무상으로 제공하게 되면 원매자가 나왔을 때 매도할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일단 사회공헌 차원에서 실행해보기로 결정했다.

뜻밖의 효과가 나타났다. 공실상가가 공익적으로 활용되고 사람들이 모여들자 해당 공간에 생기가 돌면서 건물 내의 다른 공실상가까지 전부 매각되는 성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다른 사업장에 대해서도 공공활용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이 가능한지 살펴보고 청년창업가 등에게 재기 지원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하는 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공실상가의 공익활용이 타인과 이웃에 대한 배려가 결국 자신에게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이타자리(利他自利)’의 좋은 사례가 돼 기업 등 우리 사회 곳곳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문화가 널리 확산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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