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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시 상황에 '방역 모범국' 홍보 그만하라

중국인 입국금지 등 선제대응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싱가포르·대만·홍콩에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나라들은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300명, 5명을 밑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세 국가는 적어도 지금까지 성공적인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세 나라의 신속하고 공격적인 대응을 평가했다.

그런데 두 신문 어디에도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다. 오히려 일부 외신은 한국이 초기대응 실패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론을 제기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 “초기의 느린 대처와 확진자의 폭발적 증가로 비판받았다”고 지적했다. 상황 악화 전에 한국 대통령이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선언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국의 대응이 세계 표준”이라고 자화자찬해 빈축을 샀다. 우리의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기업들이 이뤄낸 성과다.

지금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시 대통령’을 자임하는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이 “세계대전급 위기”로 규정하고 준전시 태세를 가동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심상치 않다. 일일 기준 두자릿수로 줄었던 확진자 증가 규모가 대구 요양병원 집단감염을 기점으로 세자릿수로 돌아서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전국 요양병원, 중소형 교회, 콜센터, PC방, 노래방, 학원 등 밀집시설 어디에서 폭탄이 터질지 알 수 없다. 정부는 고비를 넘겼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24시간 전시체제를 유지하면서 철통 방역을 해야 한다. 4·15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방역 모범국’ 홍보에 치중한다면 지금껏 힘들게 지켜온 방역망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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