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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소주성 실패·집값폭등·마스크 대란 모두 시장 부정한 오만한 정책의 결과”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현 정부 '약자 보호할 수 있다' 맹신하다 시대착오 정책

국가가 똑같이 분배해야 한다는 잘못된 평등주의 버려야

서비스업 육성이 위기극복 해법...영리 병원·대학 허용을

좋은 일자리 만들려면 에너지공기업 과감한 민영화 필요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가 23일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빚어질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휠씬 참혹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하자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과잉 규제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미사여구에 불과하며 결국 시장 개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여름에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다. 대통령의 선거공약처럼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면 우리 경제가 망한다는 내용이었다. 보수·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교수의 주장을 관통하는 게 하나 있다. 시장경제다. 23일 이 교수를 만나 정부의 시장 개입 폐해 등을 들어봤다. 이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주택 정책 실패, 마스크 대란은 모두 시장 기능을 부정하는 오만한 정책의 결과”라며 “국가가 나서서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잘못된 평등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실정의 대부분이 김종인식 경제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하시는데.

△나라 경제가 이렇게 주저앉게 된 데는 여야를 넘나들며 철 지난 사회주의·국가주의를 설파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의 책임이 크다. 낡은 독일식 사회주의를 경제민주화로 포장해 ‘1987년 헌법’에 집어넣은 것이다. 시장 중심, 민간 중심 경제와 시대에 뒤떨어진 사회주의 경제관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 현 정부는 시대착오적 정책으로 약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미신에 빠져 경제를 망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그런가.



△소득주도 성장, 주 52시간 근로제 등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 대다수다. 타다 금지법도 마찬가지다. 경쟁을 통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고 간섭하려고 한다. 시장에는 경쟁과 자유, 두 가지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가령 가맹 본사가 가맹점주의 사업을 계속 어렵게 하면 능력 있는 가맹점주는 해당 본사와 거래를 끊고 다른 데로 간다. 경쟁과 계약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지속하는 조직은 잘될 리가 없다. 그런데 지금 위정자들은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선과 악’ 프레임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왜 그렇게 됐을까.

△지금 세계 경제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 등으로 소득불균형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급속한 노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까지 더해져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그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를 한국 사회의 내부모순 때문이라며 대기업과 가진 사람들을 쥐어짜 부를 재분배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는 시장 기능을 무시한 획일적 평등주의로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인식이다.

-여권은 경제적 불평등을 얘기하며 지금 가는 길이 옳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교육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 포용성지수가 세계 14~16위 정도로 평가받는다. 경제적 불평등지수에서 우리가 최악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부·여당이 우리 사회에 압축성장의 유산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50대 이상 인구를 보면 평균 교육 연한은 10년가량으로 중졸을 좀 넘는 수준이다. 여성의 경우는 교육 연한이 더 짧은 편이다. 이른바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없는 중장년층, 특히 여성 인력이 많았던 것이다.

-무슨 의미인가.

△교육 기간이 짧은 중장년층은 가발공장이나 식당에 가서 일할 수 있지만 반도체나 자동차 만드는 기술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러니 다 자영업으로 뛰어들었다. 생산성이 지극히 낮은 불행한 시대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저임금 산업에 가서 일할 수밖에 없던 분들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문제는 복지로 해결해야지 재벌이 하도급을 착취한 탓이라고 해버리면 인과관계 자체가 맞지 않다. 시장을 공격하는 세력의 귀결점은 국가주의이고 전체주의다. 이러면 시장만 왜곡될 뿐이다.

-어떻게 시장이 왜곡되고 있는가.

△소득주도 성장을 보자. 약자를 보호한다는 정책이 되레 취약계층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시장에서 정의롭지 못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빚어질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훨씬 더 참혹하다. 바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낮은 생산성은 생각하지 않고 최저임금만 1만원으로 올리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저임금 근로자가 모두 기업에 착취당한다고 생각해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순간 자영업자는 힘들어지고 저임금 근로자는 일자리마저 잃는 상황이 벌어졌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점이 무엇인가.



△시장을 일단의 투기꾼이 좌우하고 가격 폭등의 책임이 모두 그들에게 있다는 것이 현 정부가 시장을 보는 시각이다. 현 정부 출범 후 20차례 가까운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서울 집값은 폭등했다. 규제지역을 지정할 때마다 다른 도시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데도 정부는 어디서 정책이 잘못됐을까 하는 기본적인 의심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식산업화가 진전될수록 경제적 기회가 집중되는 대도시에 인구가 몰리는 것은 글로벌 현상이다. 이에 따라 도시 주택가격 상승은 미국과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 큰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주택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단죄하고 집값 급등의 원흉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고 인하될 것을 예상한다면 여러 채의 부동산 구매는 패가망신할 수 있는 투자다. 그런데도 주택 투자자들이 서울·수도권에 몰리고 이 지역의 주택 투자가 다른 투자보다 수익이 높은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집값 문제는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까.

△투기꾼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도심 선호도가 높아지고 좀 더 쾌적한 주거공간을 원하는 수요는 급증하는데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을 틀어막아 놓았으니 집값이 뛰지 않을 수 없다. 공급과 거래 봉쇄를 가격안정이라고 우겨서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도심 재개발을 풀어주고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은퇴자들을 위해 농어촌 건축 규제도 손볼 필요가 있다. 젊은 층의 도심 수요를 흡수하면서 은퇴자들에게 도심을 떠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래야 주택시장이 선순환의 길로 들어서지 않겠는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마스크 대란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마스크 유통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특정 채널을 통해 제한적으로 판매한다는 것은 공급 능력이 충분하다는 대통령의 주장과 모순된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사러 위험을 감수한 채 줄을 서야 한다. 업체들로서는 올라간 생산원가 때문에 추가 생산 인센티브가 사라진다. 모두가 불편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마스크를 공공재로 만들어 벌어진 혼란이다. 필요한 사람과 장소에 집중해야 했는데 덜컥 모든 국민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으니 대란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모두에게 똑같이 분배해야 한다는 잘못된 평등 의식이 낳은 결과다.

-결국 정부의 개입이 시장 왜곡과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인 것 같다.

△시카고대 조사에 따르면 비상시에 사재기와 가격 폭등을 처벌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해 전문가 중 7%만 찬성하고 77%는 반대했다. 정부의 계획경제적 개입이 시장 자율보다 훨씬 부작용이 크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익 추구를 적대시하고 도덕을 앞세우며 시장을 억압할수록 경제는 가라앉는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주택 정책 실패와 마스크 대란은 모두 시장 기능을 부정하는 오만한 정책의 결과라는 점에서 똑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경제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내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살 길은 의료 등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지금 우리 의료산업은 의료 수가 통제 등으로 수익성이 없는 형편이다. 교육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해 구조조정도, 인원조정도 못한다. 의료나 교육 분야에서 질(質)에 의한 경쟁이 안 되는 이유다. 개방을 통해 영리병원도 나오고 영리대학도 생겨야 한다. 그래야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지고 좋은 일자리도 창출된다.

-일자리를 늘릴 다른 방안은.

△선진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높은 임금을 준다. 우수 인재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대다수가 공기업이어서 한계가 있다. 시장 개척 의지가 높지 않으니 일자리를 늘릴 수도 없다. 과감하게 에너지 공기업을 민영화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도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계시는데.

△왜곡된 통계와 사탕발림에 국민들이 속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병태TV’를 개설했는데 1년여 만에 독자가 10만명에 육박했다. 올해는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볼 계획이다. 청년들에게 온·오프라인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을 만나게 해 시장경제와 기업이 뭔지를 알리고 교감하고 싶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He is...

1960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청주고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KAIST 대학원에서 경영과학 석사,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애리조나대와 일리노이대 교수를 거쳐 KAIST 경영대학장, 테크노경영연구소장,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등을 지냈다. SK사회적기업센터 센터장도 지냈다. 2018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시민단체 ‘경제지식네트워크’를 발족해 대표를 맡고 있다. ‘이병태TV’도 개설해 자유시장경제론을 전파하는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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