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은 지난해 3월 연간 판매 대수를 2027년 3월까지 100만 대 이상 늘리겠다는 야심 찬 전략을 발표했다. 일본 내 주력 생산시설인 옷파마 공장 등에서 신모델 30종을 개발해 재도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23년 기준 닛산의 판매량은 337만 대였다. 하지만 이 전략은 얼마 되지 않아 실패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 등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 인기를 끌었지만 마땅한 모델이 없었던 닛산의 판매량은 되레 줄었다. 옷파마 공장 가동률도 40%대로 떨어졌다. 일본 언론은 “제대로 된 신차가 없는데 높은 목표만 세운다고 판매가 늘 리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위치한 닛산의 옷파마 공장은 1961년 완공됐다. 이 공장은 일본군의 비행장이었으나 제2차세계대전 후 미군의 차량 수리기지로 사용되다가 닛산의 자동차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일본 최초의 승용차 대량생산 공장으로 연간 생산능력이 24만 대에 달한다. 이 공장은 충돌 실험장, 주행 코스에 자동차 적재용 화물선이 정박할 수 있는 전용 부두까지 갖췄다. 일본 산업계는 옷파마 공장을 일본 자동차 산업의 기술 진화를 상징하는 메카로 여긴다. 닛산은 이곳에서 여러 차종을 한 라인에서 만드는 혼류(混流) 생산라인을 처음으로 가동했다. 1970년에는 일본 자동차 회사 최초로 용접 로봇도 도입했다.
지금 닛산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경영난에 처해 있다.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6708억 엔(약 6조 27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닛산이 15일 옷파마 공장에서의 자동차 생산을 2028년 3월 이전에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사장은 “성장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 해야 하는 아픈 결단”이라고 밝혔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중국차의 공세와 미국의 고율 관세 등에 직면한 우리 자동차 업계도 혁신과 선제 투자로 첨단 기술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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