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가 크게 확대되면서 확진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4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처음으로 사망자도 하루 새 100명 이상 늘어나며 총 500명을 넘어섰다. 불길처럼 번지는 코로나19에 필수 용무를 제외하고 집에 머물게 하는 ‘자택대피’ 명령도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총 4만6,332명으로 파악됐다. 미 존스홉킨스대에서는 이보다 많은 4만6,371명으로 집계했다. 하루 사이 확진자가 1만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사망자는 하루 만에 100명 넘게 나오며 585명으로 늘었다. 이에 마거릿 해리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지난 24시간 동안 나타난 신규 확진자 중 40%가 미국에서 발생했다”며 미국이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뉴욕주의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WP에 따르면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2만3,230명을 기록해 전날(1만5,168명)보다 5,000명 이상 급증했다. 사망자는 183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전체 확진자 중 절반이 뉴욕주에 집중되자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비상명령을 통해 주내 병원에 환자 수용 능력을 기존보다 50% 늘리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뉴욕주 중에서도 미국 코로나19 확산의 진앙지로 불리는 뉴욕시에서는 1만3,00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를 두고 미국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일원인 데버라 벅스 박사는 “뉴욕 메트로 권역의 인구 1,000명 중 한 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뉴욕시의 확산세가 특히 가파른 것은 다른 지역보다 인구 밀도가 훨씬 높아 대중교통이나 아파트 등 공공장소에서 바이러스 감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이날 CNN에 따르면 필수적인 용무가 아니면 집에 머물러야 하는 자택 대피령은 미국 16개주로 확산됐다. 오리건주는 23일 주민들에게 가능한 한 집에 머물고 체육관과 쇼핑몰·미용실 등 필수적이지 않은 사업체·점포는 즉각 문을 닫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시간·뉴멕시코·인디애나·웨스트버지니아·오하이오·루이지애나주가 식료품 쇼핑이나 약품 구매 등을 제외한 경우 집에 머물도록 하는 자택 대피명령을 발령했고 펜실베이니아주도 다음달 6일까지 델라웨어·필라델피아 등 7개 카운티에 비슷한 명령을 내렸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지가 된 뉴욕과 뉴저지 공항에서 온 여행자들을 14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하는 행정명령까지 발령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검사 건수를 크게 확대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전날 “지금까지 미국에서 25만4,000여명이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도 “뉴욕은 하루에 1만6,000명을 검사하는데 한국 인구는 뉴욕주의 약 두 배에 이른다”며 인구수로 계산하면 뉴욕이 한국보다 더 검사를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인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이날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이렇게 해서 확산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에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집에 머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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