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超저출산 심각성과 해법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코로나에 묻혀버린 '출산율 저하'

국가 위기 분명한데 논의도 안돼

개인 선택으로 책임 돌리기 그만

노동·주택시장 등 구조 개혁 통해

마음 놓고 출산 가능한 환경 구축을





최근 통계청에서 지난 1월 출생아 수를 발표했다. 전년 1월에 비해 11.6%가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올해 출생아 수는 26만7,000명이고 합계출산율은 0.82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연간 출생아 수는 2002년 이래 15년 동안 40만명대에서 유지되다가 2017년부터 30만명대로 진입한 후 불과 3년 만에 20만명대로 감소할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2명으로 아주 절망적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낮아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반절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추정치는 오히려 낙관적일 수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그로 인한 경제·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적어도 오는 10월 이후 출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생통계 발표는 사회·정치적으로 아무런 반향 없이 또 한번 조용히 묻히고 있다.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매번 이런 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저출산현상은 매번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지나치고 있는데 아마 다른 국가들이라면 국가 위기로 간주해 다른 어느 사안들보다 우선시했을 것이다.

저출산현상이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는 하나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문명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요즘 결혼과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간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선택 모두가 자발적이지는 않다. 어쩌면 우리 사회와 주변 환경이 강요한 결과일 수도 있다. 가장 무서운 강요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청년층에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사교육을 받으면서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가고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해도 마땅한 직장을 잡기 어렵고, 취업 이후에도 항상 자리가 불안정하고 주거비 등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결혼 등 새로운 삶을 시작할 여유조차 생기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큰 험난한 세상에서 자신 하나를 지탱해가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직장생활·가족생활 등 사회영역 곳곳에서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은 차별을 받고 온갖 고통을 다 뒤집어쓴다.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행복할 지경이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면 고통의 연속이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고도의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부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의 미래를 위해 대신 경쟁하면서 서로 비용을 부추기고 있다. 사회는 여전히 직장을 위해 가정을 포기하게 한다. 육아휴직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도 적지만 스트레스 없이 이용하기 어렵다. 육아휴직 후 일-가정 양립은 다시 어려워진다. 부모의 직장 시간과 아이들의 보육이나 초등학교 시간 간 큰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충은 모두 고통과 돈(비용)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사회다.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돼 국민들이 사회를 신뢰할 수 있어야 결혼과 출산을 마음 놓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몇몇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오만이다. 무엇보다도 사회구조가 개혁돼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학력과 학벌·젠더·출신지역 등을 근거로 한 부당한 차별은 불식되고 철저하게 소질과 능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 이는 지나친 경쟁에 따른 사회 스트레스를 해소해 청년층 고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더 나아가 공교육 시스템에 선순환적으로 작동해 자녀양육의 고비용 구조 타파에 기여할 것이다. 부모-자녀 시간 간 공백이 없도록 사회시스템을 철저하게 유기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직장에서 부모의 근무시간 준수는 철저하게 권리로서 인정하고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자녀의 보육시설, 학교 시간을 부모의 시간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일-가정 양립은 육아휴직 등 몇몇 제도에 의존하기보다 일상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 등이 근로자의 권리로 보다 강화돼야 한다. 물론 이러한 시간 지향적인 접근은 양성평등적이고 계층평등적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노동·교육·여성계 등 다양한 주체들이 소매를 걷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