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금까지의 범행과는 전혀 상반된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보이스피싱 인출책 검거에 기여하고 봉사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미투운동’을 옹호하는 등 잔혹한 성범죄자의 모습과 다른 이중적 이미지를 쌓은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지난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49개의 글을 게시했다. 그가 올린 일부 글에는 “형 그간 어디 갔었어요” 등의 댓글이 달리는 등 해당 커뮤니티에서도 적지 않은 존재감을 갖고 활동해온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2018년 ‘미투운동’이 한창이던 때 남긴 글에서 대학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교내 기구 리더 역임 당시 역대 선배들과의 모임을 마련하면 꼭 여자 후배 건드리는 ○○들이 있었다”며 “손 올리고 만지작거리던 선배를 따로 불러서 쌍욕을 박으니 선배들 사이에서 나는 싸가지 없는 쓰레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자 후배에겐 술도 안 받았다”며 “기사도 정신 그런 게 아니라 순전히 내 인생에 문제 생길까 싶은 두려움 탓”이라고도 했다. 여자 후배들에게 추근대는 남자 선배들을 비판하던 그가 여성을 대상으로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악마의 삶’을 살게 된 셈이다.
조씨가 박사방 운영 노하우 등을 습득한 곳으로 알려진 일명 ‘완장방’이 본격 운영되던 지난해 8월 그는 4개월 만에 다시 글을 올렸다. 김성준 전 앵커의 몰카 촬영 혐의에 대해 쓴 이 글에서 그는 “법을 어겼기에 혼이 나야 한다. 지탄받아야 한다”면서도 “괴리에서 오는 쾌감, 남이 보는 내가 아닌 존재로 행하는 자유와 해방감. 격 낮은 나는 너를 이해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글 아래 조씨의 근황을 묻는 댓글들에는 “요즘 쉬는 중. 왜” “삼일 뒤에 (관상을 봐주는 오픈채팅방에) 들어와라”는 답글을 남겼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