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잠잠하던 미국이 중국·이탈리아·스페인을 모두 따라잡고 최대의 감염국이 되면서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눈치 보기로 초기 방역조치에 실패했지만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보완된 진단 의학 의료체계와 헌신적인 의료진, 전 국민적 협조에 힘입어 확진자 증가 속도를 늦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경계심을 늦출 수는 없다. 이렇듯 모든 것들이 ‘코로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실종되고 있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도 있다. 지금도 멈추지 않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머리를 처박고 있던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재개했다.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 3종 세트 중 ‘북한판 에이테킴스’ 전술 지대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수차례 발사했다. 이름만 방사포인 미사일은 고도 35~50㎞ 높이로 200~240㎞를 날아갔고 자신 있게 내륙을 관통시킨 다른 미사일은 400㎞ 이상을 날아가면서 요격을 피하기 위한 비행(풀업)을 선보였다. 우리 정부는 첫번째 발사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 운운하며 혼을 내자 그 뒤로는 말을 흐리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내부 기강 잡기라는 분석이 있지만 이러한 미사일 실험이 우리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시키는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미사일 최대 요격 사거리는 200㎞, 요격 가능 고도는 40~150㎞이므로 그보다 낮게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기 어렵고 하강단계에서 갑자기 솟구치는 경우 더욱 맞추기 힘들다. 이론상 사드가 놓친 미사일을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지만 한반도의 짧은 종심으로 볼 때 시간이 부족하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예고한 ‘새로운 전략무기’보다 우리에게는 더 큰 위협인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속에서도 정부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상반기 방한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시 주석의 일본 방문이 공식적으로 연기된 후에도 우리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어려움을 우리 것 마냥 여기고 의학계의 거듭된 요구에도 중국에 대한 빗장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 우리를 특별하게 대접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진다면 한국의 우의에 감사를 표시하는 ‘보은’ 행사로 끝날 리 없다. 중국은 철저한 외교적 실리를 따질 것이고 사드 철거를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3년 전 사드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중국에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겠다는 소위 ‘3 노(No) 원칙’이라고 일컬어지는 주권침해적 약속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를 완전히 철회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임시 배치돼 있는 사드 포대의 정식 배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북한이 사드를 무력화시킬 궁리를 하는 판에 우리가 정당한 자위적 조치마저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에 약속한 ‘3 노 원칙’을 철회하고 사드 포대 정식 배치, 발사대 추가 배치 및 패트리엇 체계와의 연동 등 미사일 방어망 강화조치를 취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에 맞서 전 세계가 명운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때에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북한을 보고 기막혀하며 혀만 차고 있을 일이 아니다. 코로나 위협이 커진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정부는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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