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사무실. 직원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탑승자사전확인시스템(IPC)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입국하려는 승객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다. IPC는 항공기 탑승수속 단계에서 승객 정보를 전송받아 탑승 적격 여부를 미리 판단해 응답함으로써 부적격 승객의 탑승을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한국행 비행기 탑승 명단을 항공사 측에서 의무적으로 제공하는데, 탑승 거부 결과는 IPC 시스템에서 1분도 채 안 걸려 항공사에 전달된다. IPC에는 여권 번호를 비롯해 성별, 거주지, 방문국가 기록 등의 정보를 조회하게 된다.
이처럼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직원들이 IPC에서 입국 승객 분석 작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입국객의 방문국가 기록 등을 조회, 입국할 수 있는지를 미리 결정함으로써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첫 번째 차단막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IPC가 자동으로 운용되나 이곳 직원들은 24시간 교대로 일한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항공사들과의 의사소통에 공백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19 차단을 위한 이른바 24시간 운영 체제다.
그 결과 지난 2월 4일~3월 11일까지 IPC를 통해 사전 차단한 승객은 1만5,000여명에 이른다. 주로 중국과 일본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하는 탑승객으로 모두 현지 공항에서 입국을 차단했다. 코로나 19 확산 초기 우한 총영사관이 발급한 비자를 소지한 사람에 대해서 한국행 항공기 탑승을 차단한 것도 IPC를 통해서였다. 결국 IPC 활용은 국경봉쇄라는 극단적 해결책 없이도 효과적으로 국경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 통화에서 한국 선택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점도 이 때문이다. 그는 “중국 등 해외로부터의 외국인 입국 전원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한국의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며 “우리도 한국과 비슷한 모델로 가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IPC 적용의 시작은 법무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당시 코로나 19가 확산 국면에 돌입하자 ‘중국 등으로부터 우리 국경을 전면 봉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정부는 외교적 관계 악화를 우려해 일본과 같은 국경 전면 봉쇄 조치는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때문에 방역 효과를 볼 수 있는 출입국 대책이 절실했다. 이에 법무부는 해외로부터 범죄자 등을 막는 IPC를 응용하자고 제안했고, 이는 적중했다. 유용재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정보분석 과장은 “현재 16개국에서 IPC를 사용하고 있으나 코로나 10 대응을 위해 이를 활용한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애초 IPC는 2001년 9·11 테러 및 2014년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 등이 발생해 항공기 이용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여기에 승객정보사전분석시스템(APIS)까지 접목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했다. APIS는 국내로 입항하는 모든 항공사로부터 착륙 2시간 전 승객 정보를 전송받아, 이를 분석해 심사관이 우범 승객을 차단하는 것이다. 하루 평균 650여 항공편의 탑승객 12만명가량을 분석해왔다. IPC가 일차적으로 여권 번호 등을 파악해 의심자를 걸러낸다면, APIS는 승객의 추가적인 신원 조회 , 경유 등 여행 일정도 파악해 심층 분석한다.
유 과장은 “IPC와 APIS를 통한 전자 입국 사전 심사에 이어 공항 심사관들까지 총 3 차례의 심사를 받게 된다”며 “국경 전면 차단 대신 과학적이고 선별적 차단을 통해 코로나 19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종도=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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