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채널A 기자와 검찰 간부 사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에게 감찰에 착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윤 총장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전날 윤 총장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대검 참모를 통해 “녹취록 전문 내용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며 그 다음에 감찰 여부를 결정하자는 회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이날 하루 휴가를 내서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는 후문이다. 한 부장은 판사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부임했으며 진보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찰, 진상 조사 진행 상황, 진행 경과는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MBC는 지난달 31일 이모 채널A 기자가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출신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측과 접촉하며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그를 압박했다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자는 이철 대표 측에게 현직 검사장의 녹취록과 음성녹음을 제시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알고 있으면 털어놓으라는 취지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 2일 이번 논란에 대해 재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대검 측은 1차 조사 결과를 보내며 “해당 기자가 법조계와 금융계 관계자 취재 내용 등이 정리된 메모를 취재원에게 보여준 바 있고, 통화 녹음을 들려준 적도 있지만 메모와 관련된 취재 상대방, 해당 녹음과 관련된 통화 상대방이 MBC 보도에서 지목된 검사장이 아니라는 입장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검은 MBC와 채널A 양측에 녹취록 제출을 요구했으니 이를 보고 결정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양측 다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대검의 보고를 토대로 감찰 등을 할지 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한 본부장이 감찰을 개시하려는 상황을 두고 검찰 일각에서는 감찰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적 흠결이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대로 감찰부장이 감찰 사건과 관련해 개시 사실과 결과만 검찰총장에 보고하도록 해 직무 독립을 규정한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 규정’ 제4조를 들어 총장의 사전 허가는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총선 정국에서 해당 의혹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감찰 착수’라는 말 자체가 지니는 함의가 커진 상황”이라며 “감찰에 앞서 사실관계 조사나 감찰 요건 검토를 신중하게 해야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외부에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전날인 7일 서울중앙지검에 채널A 기자와 성명 불상의 한 검사를 협박죄로 고발했다. 김서중 민언련 공동대표는 “채널A 기자가 한 검사를 직접 언급하면서 이철 전 대표를 협박한 것은 언론 윤리 차원에서 금지되는 것으로 기자가 그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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