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단일체제 사회가 어떻게 우리의 정신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주고 경고하는 소설입니다.”(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세상의 주인’은 반그리스도교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미국 상원의원 출신인 줄리언 펠센버그는 전 세계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지도자로 등극한다. 그에게 반기를 든 유일한 세력은 퍼시 프랭클린 신부가 이끄는 소수의 가톨릭 신자들이다. 진보한 기술을 가진 세계 정부가 내세운 인본주의와 물질주의가 확산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힘을 부정하면서 선악을 구분하는 판단력마저 상실해간다.
두 명의 교황이 추천한 이 책은 1907년에 출간됐다. 지나친 물질주의와 맹목적인 인본주의가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한 종말론 소설이다. 무신론, 마르크시즘, 세계 정부 등이 인류를 유토피아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하던 시절 쓰여진 이 책은 당시에도 논란거리였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큰 파문을 일으키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글을 쓰는 것 말고는 내가 생각하는 원칙을 표현할 방법이 달리 없었다’고 고백한다.
100년 전에 저자가 내다본 미래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대중교통 수단과 초고속 통신망, 대량 살상 무기는 물론이고 초자연성에 대한 부정, 인간 중심주의, 물질 만능주의 등 저자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사회를 들여다본 것처럼 이 시대의 핵심 가치들을 정확히 꿰뚫었다. 100년 전 예견된 대로 맹목적인 인본주의는 오늘날 더 강력해졌으며 인류사에 수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저자인 로버트 휴 벤슨은 가톨릭 신부이자 당대 최고의 지식인 중 한 명이다. 영국 성공회 대주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로마가톨릭교로 개종하며 유럽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로마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43세에 요절할 때까지 역사소설, 과학소설, 희곡, 등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책은 그동안 292개 판본이 존재할 정도로 세계에서 다양한 언어로 소개됐지만 한국에서 출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만5,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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