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의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이 16일 매매거래가 중단된다. 유가 반등을 기대한 ‘개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급등해버린 ‘괴리율’이 최근 5거래일 연속 30%를 넘겼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유가 반등이 쉽지 않은데다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맡은 증권사들이 다음주 ETN의 한도물량을 늘릴 계획인 탓에 투자자들을 향한 비관적인 전망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1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530031)’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등의 괴리율(종가 기준)은 모두 30%를 넘겼다. 지난 8일부터 5거래일 연속이다. 이에 16일 이들 3개 ETN은 매매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앞서 거래소는 원유 레버리지 ETN의 비정상적인 괴리율 문제가 불거지자 8일부터 5거래일 연속 그 수치가 30%를 넘길 경우 일시적으로 매매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괴리율은 기초자산(국제유가)의 가격을 추종하며 만들어지는 증권의 순자산가치와 장내에서 거래되는 시장가격의 차이를 뜻한다. 이날 기준으로만 본다면 투자자들은 원래 가치보다 30%가량 비싸게 주고 샀다는 의미다. 그간 많게는 괴리의 폭이 90% 이상 벌어지자 금융당국을 비롯해 증권사들까지 나서서 투자에 주의하라고 알렸음에도 여전히 괴리의 간격은 좁히지 못했고 결국 거래중지 조치가 적용된 것이다.
매매는 오는 17일 재개된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 나온다. 당장 매매를 다시 시작했을 때 괴리율이 또다시 30%를 넘어서면 무기한 거래중단 조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괴리율 확대 문제로 매매가 중단됐던 ETN이 거래를 다시 시작하는 날 또 그 수치가 30%를 넘으면 거래소는 매매거래 정지를 무기한으로 적용할 수 있다.
증권사의 LP 한도물량이 다음주부터 늘어나는 것도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통상 ETN은 LP의 역할을 맡은 증권사들이 보유한 물량을 토대로 지표가치에 매수·매도 호가를 내면서 ETN의 시장가격을 조절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LP 물량이 소진됐고 증권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도물량을 늘리겠다고 지난달 금융당국에 신고한 상태다. 이 같은 조치의 효력이 20일 및 22일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ETN의 가격이 한번에 출렁일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물량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가격이 본가격에 맞춰지는 과정에서 당초 큰 수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계획과는 크게 어긋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연합)의 감산 합의에도 코로나19에서 비롯한 원유 수요 감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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