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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집콕’ 생활...구독으로 먹고 입고 읽어봤다[권경원의 유브갓테크]

■ 구독서비스로 한달 살아보기

'넷플릭스''밀리의서재'로 문화생활

'잘잘레시피'로 든든하게 한끼 뚝딱

'술담화'선 매달 다른 전통주 배송

'런드리고'로 하루만에 언택트 세탁

'클로젯셰어'로 옷 골라입기도 가능

음식 레시피 정기구독 서비스 잘잘레시피에서 온 ‘한우 스키야키’ 식재료. 2인분 기준이어서 이대로 넣고 끓이면 된다./권경원기자




3월 어느 금요일 저녁. 집 문 앞에 놓여 있던 ‘잘잘레시피’의 상자를 가지고 들어와 음식 재료들을 꺼냈다. 한우 목심, 표고버섯, 쑥갓, 두부, 간장소스까지…. 이날의 음식은 ‘한우 스키야키’였다. 상자 안에 함께 들어 있는 요리 설명지를 꺼내 표기된 순서대로 차근차근 음식을 만들어갔다. 이틀 전 문 앞으로 배달왔던 ‘술담화’의 막걸리 샴페인도 냉장고에서 꺼냈다.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아도 금세 한 끼 식사가 완성됐다. 한우 한 점에 막걸리 한 잔, 두부 한 입에 막걸리 한 잔, 버섯 한 개에 또 막걸리 한 잔. 막걸리 두 병을 깔끔하게 비우고 취기가 살짝 오른 상태에서 ‘넷플릭스’의 킹덤 시즌2를 보기 시작했다. 좀비 떼와 배우 주지훈을 눈으로 좇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회가 끝났다. 집 안에서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만으로 요리와 음주·문화생활을 모두 해결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집콕’ 생활을 도운 80%는 구독 서비스였다. 한 달간 출퇴근 이외에는 집 안에서 먹고 입고 읽고 보고, 심지어 빨래까지 전부 ‘언택트’ 생활을 이어갔다. 외부 활동이 제한적이어서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구독 서비스 덕분에 부족함도 없었던 한 달이었다.

하루 만원 투자로 집 앞에 편리함이 도착했다
◇하루 만원 투자로 집 앞에 편리함이 도착했다

한 달간 구독한 서비스는 △넷플릭스(영상) △밀리의 서재(책) △클로젯셰어(옷) △런드리고(빨래) △잘잘레시피(음식) △술담화(술) 여섯 종류다. 여섯 가지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한 이용료는 총 33만5,400원이다. 가장 큰 금액이 필요한 서비스는 옷을 자유롭게 빌려 입을 수 있는 클로젯셰어(의류+보험 월 8만4,000원)이며 반대로 가장 저렴한 서비스는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밀리의 서재(월 9,900원)다. 총액 33만원은 큰 액수지만 하루에 만원꼴이라고 생각하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위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구독 서비스는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월 이용료가 낮게 책정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까지 충족시켜줬다. 가령 한 달에 한 번 전통주를 배송받을 수 있는 술담화(월 3만9,000원)는 직접 구입하는 것보다 구독 서비스 가격이 더 싸다. 술담화는 “소비자가 직접 전통주를 살 때보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구하는 것이 10~15%가량 더 저렴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부분의 서비스가 첫 달에는 무료 혹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로 여섯 가지 서비스를 한 달간 즐기는 데 들었던 금액은 20만원대였다.

구독 서비스의 종류는 의식주를 넘어 최근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구독서비스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만 해도 넷플릭스에 더해 왓챠플레이·디즈니플러스(국내 미출시)까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이밖에 △와인(퍼플독) △차(오설록) △영양제(필리) △양말(미하이삭스) △생리대(해피문데이·오가닉버튼) △꽃(꾸까) △면도날(와이즐리) 등 생활 속에서 필요한 모든 제품·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제품을 고르는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구독을 선택했지만 너무 다양한 서비스에 파묻혀버리는 ‘구독 피로감’이 오히려 새로 생겨날 정도다.

책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 앱에서 ‘내 서재’ 메뉴를 누르면 어떤 책을 읽었는지, 몇 시간 동안 읽었는지 등이 표시된다,/밀리의 서재 화면 캡처


눈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구독과 함께한 생활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구독과 함께한 생활

여섯 가지 구독 서비스 중 가장 빈번하게 이용했던 것은 넷플릭스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화장하는 매 순간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미국드라마 ‘프렌즈’를 반복해서 봤다. 자기 전에는 빔프로젝터를 활용해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로 영화를 감상했다. 이 덕분에 프렌즈·모던패밀리·킹덤2·치어·결혼이야기 등 한 달간 정주행을 끝마치거나 현재까지 보는 콘텐츠만 15종류가 넘는다.

출퇴근길을 함께한 동반자는 밀리의 서재다. 그동안 노트북·서류로 가득 찬 가방 안에 책 한 권의 무게를 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해왔다. 하지만 5만여권의 전자책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되자 지하철·버스 안에서 자연스레 밀리의 서재 앱을 열게 됐다. 웹툰에 쏟던 시간의 일부(하루 평균 31.8분)를 독서에 나눠준 결과 한 달간 8권의 책이 앱에 쌓였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 2월 기준 누적 유·무료 가입자가 150만명”이라며 “이용자들은 월 평균 독서량은 7~8권으로 국민 평균(연 7.5권)보다 거의 10배 이상 많이 읽는다”고 전했다.

세탁 구독 서비스 런드리고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던 옷들이 깔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권경원기자




미루고 미뤘던 철 지난 옷들의 드라이클리닝도 구독으로 해결했다. 세탁 구독서비스 런드리고 앱에서 한 달간 드라이클리닝을 12벌 할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자 다음날 수거함 ‘런드렛’이 문 앞에 왔다. 렌드렛 안에 겨울 코트 등을 가득 담아 밖에 내놓은 뒤 앱으로 ‘수거신청’을 누르니 같은 날 밤 런드렛 수거가 진행됐다. 이후 정확히 21시간30분 만에 세탁이 끝난 런드렛이 문 앞에 놓여 있었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세탁물 수거부터 배달까지 비대면으로 이뤄진 것이다. 런드리고는 “집에서 세탁기를 돌려 건조하고 옷을 입기까지 하루 안에 되는 것처럼 사이클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마트팩토리와 배송 시스템을 자체 기술력으로 만들어 하루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런드리고는 나처럼 바쁜 척하지만 실은 게을러서 세탁을 미루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형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옷 정기구독 서비스 클로젯셰어에서 신청한 원피스 2벌이 상자 안에 담겨 배송됐다./권경원기자


쇼핑·외식 대신 집에서 구독
◇쇼핑·외식 대신 집에서 구독

출퇴근 이외에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게 되면서 쇼핑·외식을 집에서 대체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옷 정기구독 서비스 클로젯셰어는 쇼핑에 나서지 않고도 새로운 옷을 입고 싶은 열망을 충족시켜줬다. 3만벌에 달하는 옷 중에서 마음에 드는 원피스 2벌을 신중하게 골라 신청하니 다음 날 상자 하나가 문 앞으로 배송됐다. 열흘쯤 지난 뒤에는 이전 원피스를 반납하고 새롭게 고른 옷 2벌을 받아 들었다. 구독료를 내면 다양한 브랜드의 옷을 가격과 상관없이 한 달간 입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쾌감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옷에 붙은 가격표에 흠칫 놀란 표정을 감추며 가격 말고 디자인이 문제라는 태도로 가게를 급히 떠날 필요가 없어졌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에서 3월의 술로 복순도가 막걸리 2병과 탁주 1병을 보내줬다./권경원기자


술(술담화)과 음식(잘잘레시피) 구독서비스는 외식을 완벽하게 대체해줬다. 술담화는 계절과 날씨·특징 등을 고려해 매달 다른 전통주와 안줏거리를 보내준다. 3월의 전통주는 복순도가 손막걸리 2병과 탁주 1병이었다. 전통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어울리는 안주를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한 잔, 두 잔 걸치다 보니 어느새 막걸리를 뚝딱 비우게 됐다. 깜짝 선물을 기대하듯 어떤 전통주가 올지 궁금해하며 기다리는 과정도 즐거움을 줬다. 술담화는 “3월 기준 2,500명의 구독자에게 그동안 30개 이상의 제품을 소개해왔다”며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서 전통주를 언급하는 게시물이 거의 없었는데 구독서비스 이후 수백개의 후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리 재료들을 매주 배송해주는 잘잘레시피는 몰랐던 음식을 접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매주 4개의 요리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식재료들을 배송해준다. 이를 통해 3월 첫 주는 스리라차 새우볶음밥을, 두 번째 주는 한우 스키야키를 만들어 먹었다.

新 라이프스타일이 된 구독...“계속 성장할 것”
◇新 라이프스타일이 된 구독...“계속 성장할 것”

물론 한 달 내내 구독서비스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끊임없이 문 앞에 뭔가가 배달되자 집 안에는 상자·스티로폼·비닐이 쌓여갔다. 일회용품을 멀리하겠다는 다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고민해야 할 지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 서비스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밀리의 서재 등장 이후 도서·출판 업계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클로젯셰어 역시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사회적 움직임과 함께 서비스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체들은 구독이 새로운 습관,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아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런드리고는 “세탁의 질을 만족스럽게 제공한다면 구독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술담화도 “편리하게 집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마실 수 있으니 점점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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