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낸 기피 신청이 기각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표현덕 김규동 부장판사)는 박영수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형사1부에 대해 낸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양형에 있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예단을 가지고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등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게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이를 점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일 뿐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재판 결과를 예정하고 양형 심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뇌물과 횡령죄의 양형 기준에 ‘진지한 반성’이 양형 요소로 규정돼 있으니 피고인들이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해 운영하는 등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이를 양형 사유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이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 부장판사는 단정적으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사유로 삼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고, 단지 실효적이라고 인정됐을 때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특검은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따져 양형 감경 사유로 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비판한 바 있다. 특검은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준법감시제도가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으면서 이후 양형 감경 사유로 삼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면서 “이는 비교법적 근거가 전혀 없고 미국에서도 경영자 개인이 아닌 기업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준법감시위는 삼성이 미국 연방양형 기준을 근거로 설치한 위원회다.
재판부는 특검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증거 등을 정 부장판사가 기각한 것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과 필요성이 명백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 부장판사가 “심리 기간 중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을 하라”, “만 51세가 된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이 이 부회장에 대해 유리한 재판을 하겠다는 예단을 드러낸 것이라는 특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의 변호인 중 일부와 친분이 있다는 특검의 지적 등에 대해서도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특검은 지난 2월24일 “이 부회장의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형사소송법상 기피 사유인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특검은 “재판부의 이러한 결정은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재판장의 예단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면서 “재판장이 ‘피고인 이재용은 강요죄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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