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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대검 감찰부장의 속뜻 "공수처 설치"…윤석열은 '정면돌파'

한동수 감찰부장 "절차대로 했지만 감찰 못해"

"제도적 장치 고민해야"…사실상 공수처 강조

채널A '검언유착' 의혹에 與 '감찰무마' 프레임

이어지는 공격에 윤총장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지금 필요한 검사의 덕목은 ‘겸손’과 ‘정직’인 것 같다. 이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15일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한창 진행되던 때, 검찰 안팎에선 이 글로 논란이 일었다. 한동수(사법연수원 24기)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한 부장은 이어 “MBC 보도 관련, 진상확인을 위한 감찰 개시 보고는 일방 통보가 아니라 수차례 검찰총장, 대검 차장에 대한 대면보고 및 문자보고 후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 자신이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윤 총장에게 ‘감찰을 하겠다’는 문자만 일방적으로 보냈다고 비판을 제기한 데 대한 반박이다.

총장의 참모 중 하나인 감찰부장이 총선 당일 이러한 글을 올린 데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여러 해석과 함께 비판이 나왔다. 곧바로 검찰 내부에선 “총장에게 감찰부장이 사실상 항명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여권으로부터 연이어 공격받는 윤 총장을 여권의 승리가 점쳐진 선거 날에 참모인 한 부장이 직접 거론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부장의 현 신분은 검사이지만, 그전에는 판사 출신의 변호사였다. 진보 성향 판사들이 모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감찰부장으로 부임한 한 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기 전에 이미 직접 내정한 인물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때문에 한 부장의 행동에 대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한 부장이 ‘제도적 장치’를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한 부장의 글이 표면적으로는 언론보도에 대한 반박이 주요 내용이지만, 속뜻은 다르다는 해석이다.

/한동수 감찰부장 페이스북 갈무리.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의 겸손과 정직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 하는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공수처 법안이 새 ‘제도적 장치’고, 검찰을 견제하는 공수처라는 장치를 통해 검사들이 ‘겸손’과 ‘정직’을 덕목으로 되새김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부장의 글 하단도 이 해석의 뒷받침이 된다는 시각이다. 한 부장은 “보고 당시 그 근거로서 감찰부장의 직무상 독립에 관한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설치 규정’ 제4조 제1항 제1호를 적시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감찰부장의 직무 독립성이 규정에 있음에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돌려서 주장한 셈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규정으로는 감찰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니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윤 총장은 채널A 기자와 윤 총장 측근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감찰을 개시하겠다는 한 부장의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진상조사는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시켰다.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조한 한 부장의 글은 여권에 보내는 신호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감찰을 거부 또는 무마해도 현 제도에서 달리 방법이 없다는 주장으로, 여권이 윤 총장을 공격하는 또 하나의 무기가 되는 것이었다. 여권에선 윤 총장을 공수처 1호 사건이 되도록 하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이어지던 터였다.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는 “촛불 시민은 당신(윤 총장)의 거취를 묻고 있다”며 공격에 나섰다. 김용민 민주당 당선인은 “권한을 남용해 감찰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윤 총장의 대답은 ‘정면돌파’다. 감찰을 막았다는 비판을 받고 불리한 판이 그려졌지만, 윤 총장은 총선이 끝난 지 이틀 만에 감찰보다 더 강력한 수사를 지시했다. 대검은 17일 오후 “검찰총장은 대검 인권부장으로부터 채널A 취재와 MBC 보도 관련 사건의 진상조사 중간 결과를 보고받고 채널A 관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시켜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러한 윤 총장의 지시를 두고 윤 총장이 자신의 측근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진 게 아니냐는 뒷얘기도 나온다. 논란이 됐던 채널A 기자도 녹취록에 나오는 인물은 윤 총장 측근 모 검사장이 아니라 자신의 다른 지인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통해 녹취록 전문 등을 확보하고 관련자도 검찰은 소환할 예정이다.

이로써 윤 총장의 감찰 무마 논란은 잠재워졌다. 하지만 향후 법조계와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는 윤 총장의 거취 문제임은 분명하다.

한편 윤 총장은 임기 전 사퇴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총선인 15일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투표를 마치고 대검찰청 간부 등을 만나 식사를 한 자리에서 “총선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사를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잠시 멈춰 섰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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