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등이 원격수업이 계속되면 오는 24일 예정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을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관 교육청인 서울시교육청은 온라인 개학 후 고3 학생만 등교해 시험을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교육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방역 문제로 등교 시험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입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교육청까지 나오면서 고3 학생들은 지역마다 다른 학평 시행지침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19일 경기도교육청이 지난주 도내 고등학교에 배포한 공문에 따르면 교육청은 오는 24일까지 온라인 개학상태가 계속되면 3월 학평을 치르지 않고 대신 27일 각 학교에 문제지를 배송해 자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안내했다. 답안지는 회수하지 않고 성적표도 나오지 않는다. 단 23일까지 등교수업이 확정되면 24일 시험을 치른다.
충남교육청도 원격 수업이 계속되면 3월 학평을 보지 않고 자율학습용으로 시험지를 배부하기로 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방역 문제도 있고 5월 12일에 4월 학평도 있기 때문에 무리하면서까지 3월 학평을 치르지 않기로 했다”며 “다른 교육청들도 비슷한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입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이미 관할 학교를 통해 시험에 응시할 지원자 조사에 들어간 교육청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평을 치르는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안내하는 서울시교육청 공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현 상황이 이어지면 시험을 보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하고는 있지만 서울시교육청 입장을 듣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고3 학생은 개학 직후 치러지는 3월 학평 성적을 토대로 정시와 수시 중 어디에 지원할지 결정하고 입시 전략을 세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3월 12일 예정됐던 학평만 네 차례나 연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일 온라인 개학 후 원격수업 기간이더라도 고3은 24일 학교에 나와 시험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촉박한 입시 일정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월 말 부분 등교 가능성을 언급한 점을 고려했다. 교육청은 당시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 기회를 제공하고자 고3에 한해 오프라인 시험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며 “한 고사실에 학생 10명 정도가 거리를 두고 시험을 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등교를 원하지 않는 학생은 온라인 대체과제를 이수하면 출석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지역마다 3월 학평 지침이 달라 당장 시험을 코앞에 둔 고3 학생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수험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기도 학교들은 시험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는데 우리 학교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고3 학생도 “정시에 대비해야 하는데 학평을 볼 수 없다면 큰 일”이라고 불안해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와 방역 당국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입장이 나오면 학평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 학평이 치러지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대형 입시학원들은 3월 학평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모의평가를 준비하며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메가스터디는 지난 14일 “온라인 개학이 유지돼 학교에서 첫 학평을 볼 수 없게 될 경우 4월 25일 모의시험을 치를 것”이라며 “학교에서 보는 것처럼 실제 시험과 동일한 시간에 실시하겠다”고 공지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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