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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16년 허송세월…규제 풀어 'K-에듀' 선진화를"

■온라인수업 파행…해법은

2004년 오픈하고도 투자는 외면

LMS 단 2개…서버 먹통 다반사

마구잡이 사생활 노출 부작용도

"英 민간 LMS 벤치마킹 삼아야"

20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서울농학교에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을 연기했던 초등학교 1~3학년에게도 온라인 개학을 시행했다. /연합뉴스




146만명에 달하는 초등학교 1~3학년의 추가 참여로 20일 전국 초중고에서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이 실시됐다.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교육 실험”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이날 550만명의 초중고생들이 원격수업에 나서면서 버퍼링·튕김·끊김 등 지연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난 2004년 사이버가정학습을 오픈하고도 중장기 투자 외면으로 ‘K에듀’의 새 장을 열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온라인 교육에 각종 규제 조치를 가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원격교육 탓에 마구잡이로 사생활이 노출되는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원격 공교육을 선진화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동안의 교육규제가 유명무실해진 만큼 학교·지역별 민간 플랫폼 전환이나 국내 교육환경에 적합한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을 개발하고 ‘민간 LMS 공론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정에서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노트북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1만1,700여개에 달하는 전국 각급 학교의 학생들을 단 두 개의 ‘급조’된 LMS로 ‘등교’하게 한 정책이 처음부터 무리수였다고 지적한다. LMS란 출결·진도체크·평가·체험활동·피드백 등 오프라인 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교육기능을 온라인으로 옮긴 일종의 ‘사이버학교’다. 학교에서 필요한 기능이 일반 소프트웨어에 비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안정성이 우려될 수밖에 없고 지금과 같은 형태라면 중장기적 활용 확대 역시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이버학교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교육당국은 각 시도 교육청별로 수억원대의 예산을 집행해 교육청별 LMS인 ‘사이버가정학습’을 오픈했다. 지금까지 계속 운영돼왔다면 전 세계가 개학 연기의 위기에 처한 지금 ‘K에듀’의 새 장을 쓸 수 있었지만 교육 정보화 투자가 중장기 외면되면서 이 플랫폼 역시 유명무실해졌다. 사회 전반과는 갈라파고스처럼 동떨어진 교육 분야의 정보기술통신( ICT) 투자 부재가 또 한번 선진적 학교 운영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당시 추진 방식은 16개 교육청별로 한 개의 온라인학교에 등교하는 형태였는데 15년 전에도 ‘열외’였던 대규모 동시접속이 이번 온라인 개학을 통해 실행 단계를 밟은 셈이다.

정부가 선보인 양대 사이버학교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는 16개 시도 교육청의 온라인 학습보조 기능을 통합한 곳이고, EBS 온라인클래스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급조된 형태다. 체계적인 LMS는 아니지만 이를 통하면 출결·진도체크 등 다소 기초적인 학교 운영을 확인할 수 있어 안정적인 학습관리·감독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원격수업이 채 출발하기도 전에 서버 다운 및 병목현상 우려가 본격화되며 다양한 민간 LMS와 화상교육 플랫폼 등이 마구잡이로 ‘권고’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가장 엄중히 관리돼야 할 출결마저 쌍방향 수업 플랫폼은 물론 과제제출,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선전화 등으로도 가능해졌다. 심지어 보안 문제 탓에 미국 등 각국에서 외면당하는 줌(Zoom)을 원격화상수업 솔루션으로 쓸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또 지금까지 디지털교과서도 서책 교과서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을 것을 요구해왔지만 교과서 없이 인터넷 강의와 교재만으로 수업하는 진풍경도 일상이 됐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민간 LMS 활용을 제한해온 각종 교육규제가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더불어 일순간 무력해진 셈이다. 게다가 구글 ‘클래스룸’ 등과 같은 민간 LMS는 서비스·안정성 등에서 정부 플랫폼을 능가함이 이번 원격수업 과정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전문가들은 원격수업을 ‘일회용’으로 사장할 게 아니라면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5년 이후 고교학점제가 본격화할 경우 원격수업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기에 이번 기회에 명확한 기준 및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은 수년째 학교들에 ‘바우처(예산 쿠폰)’를 지급해 학교별로 민간 LMS를 선택해 원격수업을 실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면서 단 하나의 최적화된 플랫폼을 고를 수 있고 업체들이 예측 가능한 서버공간을 미리 확보하면서 다운 및 끊김 우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무들’ 등처럼 오픈소스 기반을 활용해 국내 학습환경에 최적화된 LMS를 조기에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방된 소스코드를 활용해 LMS를 개발한다면 초기 기술적 우려 및 시행착오를 덜고 안정적 수업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는 “양질의 LMS를 선보인다 해도 본국에서 사용되지 않아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면받기 일쑤”라며 “정보보호 기준을 마련해 과도한 규제를 덜어내고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K에듀’를 주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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