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의 사퇴를 계기로 고위공직자들의 성추행 사건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광역단체장부터 국회의원과 외교관 등 사회 지도층에서 어김없이 반복되는 성 추행 사건은 남성 중심 공직사회 문화에 기인한 성인지 감수성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당한 위계와 불평등 문화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 시장은 23일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광역단체장이 성 추행으로 중도 낙마한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안 전 지사는 2018년 3월 수행비서의 미투 폭로로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여당 내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르던 그는 수행비서가 네 차례 성폭행과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재판에 넘겨졌고, 결국 지난해 9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6개월의 형이 최종 확정됐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미투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현역 의원 최초로 미투 폭로를 당하며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고, 이번 총선에서는 공천 탈락했다. 비슷한 시기 정봉주 전 의원도 과거 대학생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오며 서울시장 출마와 총선 출마를 모두 접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여야 후보들이 성 추행 의혹 등으로 중도 낙마하는 사례가 되풀이됐다. 이밖에 박근혜 정부 당시 초대 청와대 대변인과 해외공관 외교관들도 잇따라 성 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고위공직자들의 성추행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건 여성인권을 가벼이 여기는 성인지 감수성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고위공직자의 성추문이 지속되는 건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고 공직사회 만연한 부당한 위계와 불평등한 문화를 퇴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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