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시장 없애라”는 미국의 요구에 중국은 “그런 것 없다”며 반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야생동물에서 발원한 것으로 추정되는가운데 미중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다수의 질병이 야생동물로부터 전염된다는 이유를 들어 야생동물을 식품으로 거래하는 중국내 시장을 영구적으로 폐쇄할 것을 중국 당국에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시장에서 매매되는 야생동물과 이런 짐승에서 기인하는 질병의 강력한 연관성을 고려할 때 미국은 야생동물 식품 시장과 불법적인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모든 시장을 영구적으로 폐쇄할 것을 중국에 요구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물론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에는 근본적으로 ‘야생동물 거래 시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야생동물 거래 시장이라는 개념이도 없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농산물 시장과 해산물 시장”이라며 “이런 종류의 시장은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동남아 국가와 개발도상국에 보편적으로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미 불법 야생동물의 포획과 거래, 유통, 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작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발원했다는 관측이 절대 다수다. 화난시장에서는 해산물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박쥐, 뱀 등 각종 야생동물을 식품으로 판매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중국 주요 도시의 변두리에는 야생동물의 거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중국공정원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동물 거래 규모가 730억달러(약 87조1,400억원)에 달하고 여기에 종사하는 인원도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2월 ‘야생동물 판매·소비 금지법’을 제정했지만 일종의 ‘생활문화’로서 여전히 중국내에서 야생동물의 거래와 식용이 유지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앞서 지난 2003년 사스 사태 때도 사향고양이로부터 바이러스가 시작된 것으로 조사되면서 야생동물 거래가 금지됐었지만 이후 규정은 흐지부지 되며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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