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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혹시 우리 아이도..." 성교육 관심 커진 학부모들

'n번방' 사건 이후 전문기관 문의 늘어

직접 가르치거나 과외까지 알아보기도

"강압적땐 갈등만...평소 소통 유지 중요

“'아이의 몸은 아이의 것' 일상서 가르쳐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 사진=오승현기자




성교육에 대한 관심은 ‘n번방’ 사건 이후 가정에서도 커지고 있다. 자녀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성교육 공부에 직접 나서거나 힘들 경우 관련 과외까지 알아보는 학부모들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만큼 가정 내 성교육도 중요하다며 부모들이 수동적인 관리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교육자가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청원 참여 인원이 많은 게시글 중 자녀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글이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 “‘오늘 너 킬(KILL)한다’라며 술을 먹이고 제 딸을 합동 강간한 미성년자들을 고발합니다”라는 게시글에는 4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청원에 참여해 청와대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글은 ‘박사’ 조주빈이 경찰에 검거돼 신원이 밝혀진 직후인 3월29일 게시돼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박사방’ 사건 피해자 중 청소년이 많았는데 이와 관련해 커진 분노가 청와대 게시판에서 미성년자 자녀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게시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글 외에도 게시판에는 아동 미성년자 자녀의 성추행 경험을 알리는 등 자녀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글이 늘고 있다.

n번방 사건 이후 자녀 성 문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피해 고발에 그치지 않는다. ‘일탈계’와 ‘섹트’ 등 사이버 공간에서 성 관련 부정적인 콘텐츠에 노출돼 있는 자녀들에게 성교육을 직접 가르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는 물론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크게 늘었다”며 “과거라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일도 n번방 사건 이후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남과 같이 자녀 교육열이 뜨거운 지역에서는 가정교사를 초빙해 1~2회 수업을 통해 자녀에게 성교육 과외를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자녀 성교육을 하기 전에 스스로 성에 관한 지식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와 달리 학부모들이 자녀 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강압적으로 교육에 나설 경우 오히려 갈등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성교육 전문기관 자주스쿨의 김민영 대표는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은 연 15시간씩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받지만 학부모들은 그렇지 않다”며 “자녀를 가르치기 전에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n번방 사건에서도 문제가 된 온라인 그루밍 같이 성 문제를 겪고 있는 자녀와 소통을 원한다면 평소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대표는 “위험에 빠진 아이들이 부모에게 자기의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평소에 그런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성교육도 결국 원만한 가족 관계 내에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보통 성교육 시작 시점을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잡는데 그보다 어린 나이 때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김 대표는 “성교육은 자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아동인 아이를 목욕시키면서 몸을 만질 때 아이의 허락을 받는다거나 화장실에 들어간 자녀를 위해 함부로 문을 열지 않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이의 자주성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부모를 포함해 그 누구도 너의 몸을 만질 수 없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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