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차(茶)의 36%를 생산하는 ‘차의 고향’이자 제1의 생산국인 중국에는 다양한 차가 나온다. 그중에서 보이차는 비교적 근래에 인기를 끌고 있는 차다. 옛 중국인들이 ‘야만의 땅’으로 얕잡아보던 운남성이 고향인 보이차는 오랜 세월 형편없는 차라는 대접을 받았다. 보이차가 명품반열에 오른 것은 청나라시대다. 황실의 최고 인기아이템이 되면서 외국사신과 상류층이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보이차의 생산지 운남에서는 몇십년 동안 보이차를 같은 포장지에 싸서 출시했고, 심지어 생산연도 마저 기록하지 않아 베일에 싸인 비밀의 차(茶)라는 인식이 강했다. 게다가 보이차에 관해서는 기록이 변변히 남아있지 않아 비밀주의를 더욱 부채질한다. 차의 모양도 상상을 벗어난다. 덩어리로 되어있어 차 이름에 벽돌, 떡, 버섯 등 차 모양을 아예 이름에 붙이기도 한다. 찻잎의 품종이 다르고 제조 과정이 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개발된 것이다. 그 덕에 보이차는 다른 차와 달리 묵힐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탓에 오래된 차일수록 명품 대접을 받는다. 보이차를 ‘마시는 골동품’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차는 물론 다관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그 탓에 가짜 보이차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화여대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운남농업대학 다학과에 진학해 차의 역사와 화학성분을 공부한 저자가 중국 변방에서 만들어진 보이차를 통해 중국의 역사와 경제를 들여다보았다. ‘보이차의 매혹’에 이어 두번째 보이차를 소재로 한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 당나라의 육우가 쓴 ‘다경’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이차의 매력을 소개한다. 또 청나라 들어 제 값을 받기 시작한 보이차가 어떻게 상품이 되었는지를 통해 산업적인 측면에서 차의 진화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아울러 1990년대 들어 골동 보이차로 불리며 비싼 가격에 팔리기 시작했던 보이차의 인기 배경을 알려준다. 산업적인 목적이든 순수 애호가든 보이차의 매혹을 경험한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