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의 등교 시점이 계속 지연되면서 부득이하게 온라인 원격교육으로 개강하게 됐다. 이미 온라인교육·인터넷강의·MOOC 등이 낯설지 않지만 학교 수업을 전면 비대면으로 시작하는 것은 처음 접하게 된 새로운 상황이다. 이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시에 많은 학생이 접속했을 때 부하가 걸려 접속되지 않는다든지, 가정에서 정보기기나 와이파이 자체를 갖추지 못해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든지, 또는 수업이나 교육 콘텐츠가 부실해 충분한 교육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등 걱정이 많다.
하지만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일컬어질 만큼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거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다양한 원격교육을 대부분의 학생이 의지와 상관없이 경험함으로써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 것이다. 우리 대학의 경우 많은 학생이 생각보다 원격교육에 잘 적응하며 교육의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학생보다는 교사·교수들이 원격교육 준비에 훨씬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우선 줌(zoom) 같은 원격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다수의 학생과 화상으로 만나고 강의 내용을 전달할 때 상호작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서로 눈을 마주치기도 어렵고 학생들과 채팅으로 소통하기도 쉽지 않다. 학교마다 영상강의나 강의계획·참고자료를 올리고 출석을 부르며 학생들과의 토론방을 관리하는 학습관리시스템(LMS)이 준비돼 있지 않거나 활용이 매우 미흡해 효과적인 학습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
효과적인 원격교육을 위해서는 강의를 동영상으로 찍어 서버에 올리는 것을 넘어 비대면 교육에서도 충분히 교육효과를 낼 수 있도록 콘텐츠를 새롭게 편집하고 구성해야 한다. 40~50분짜리 강의도 10분 이내로 짧게 나눠 제공하고 동영상에 자막 처리를 해 주목도를 높이며 시청각 교육의 효과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시뮬레이션 도구를 이용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체험하면서 학습내용을 익히고 채팅방을 이용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에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널리 알려진 칸아카데미·EdX·Udacity·Coursera·TED 같은 교육 콘텐츠와 연동해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질 높은 교육에 한발 다가설 기회가 돼야 한다.
비대면(untact), 개인화 (unscale), 그리고 가상화 (unreal)가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트렌드로 꼽힌다. 대형마트에 가기보다는 모바일로 상품을 주문하는 것이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된 것처럼 교육에서도 개인의 니즈에 따라 가상화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물론 사태가 진정되면 대면교육이 다시 시작될 것이나 향후에는 온라인·오프라인 연계교육이 보편화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디지털격차 (digital divide)’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이 소득격차를 좁히는 것 이상의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당연하다.
원격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문제 제기는 계속돼야 하겠으나 이를 수용하기 위한 역량개발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왔다. 이번 사태가 교육의 ‘디지털변이(digital transformation)’를 이루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래의 교육은 지식을 쌓는 것뿐 아니라 주어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돼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떠오르는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해 개인의 역량을 키워가는 것은 비단 학교교육 현장에서만이 아니다. 이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뤄져야 할 시대적인 과제이다. 이번 기회에 부모들도 아이들과 더불어 원격교육을 경험하고 각자에게 맞은 원격교육을 찾아 동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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