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과 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사장을 29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고 사장에 대한 소환은 지난해 4월 후 1년 만에 처음 알려졌다. 이날 검찰은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도 재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사장급 임원들을 연달아 소환하며 1년 반 이상 이어진 검찰의 삼성 수사는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고 사장을 불러 삼성에피스의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기준 변경을 둘러싼 의사결정 과정을 묻고 있다. 앞서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도 재소환해 회계기준 변경 과정에 대해 물었고, 반대급부인 고 사장도 부른 것이다.
또 검찰은 이날 이영호 사장도 일주일 새 두 번째로 소환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당시 수뇌부의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대해 묻고 있다.
검찰은 삼성 합병 수사를 늦어도 내달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최근 사장급 임원들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일부 임원들에 대해선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법원의 영장 발부 시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을 부르는 등 수사에 속도가 더 붙을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이후인 그해 말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며 회계처리 기준을 단독지배에서 공동지배로 바꿨다. 이에 회계 기준 회사 가치가 4조5,000억원 늘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었다는 지적을 반박하는 논리를 세우려 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합작사 바이오젠의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한 부채 1조8,000억원이 회계에 잡히면 자본잠식에 빠질 것을 우려해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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