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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응급조치 끝낸 '돈맥경화'..이제 수술해야

송종호 금융부 기자





“기민했고 일사불란했다.” 한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이 출렁인 직후 정부의 대응을 두고 “잘 막았다”고 총평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가 급격하게 확산한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6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고 금융 안정을 위해 30조원 규모의 채안·증안펀드 조성에 즉각 착수했다. 최근에는 12조2,000억원의 코로나19 긴급 추경이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6월에는 총 30조원의 3차 추경안이 준비된다. 말 그대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돈맥경화’가 심화된 금융시장을 살리고 보자는 응급조치다.

일단 응급조치는 합격점이었지만 정부 대응을 칭찬한 CEO는 “표면적이었다”는 단서를 붙였다. 실제 영세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는 와중에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권 긴급대출자금은 이미 바닥나기 시작했다. 채안·증안펀드의 효과도 미지수라는 시각이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어느새 4.5%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의 4.6%에 육박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더라도 경제 펀더멘털은 이전 상태로 바로 돌아가기 어렵다. 빚을 늘린 가계·기업 대출의 연체율도 조마조마하다.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돈을 퍼부을 수도 없는 형편에 국가채무비율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협의 개념, 광의 개념’을 따지며 ‘건전성’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기에 가장 약한 고리로 꼽힌 카드사 중 일부가 우호적인 금리로 여전채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금 경색이 심했던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AA-3년물 기준 신용스프레드는 70bp대에 머물러 있고 금리는 1%대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혈관이 뚫리자 우량한 기업들이 자생력을 드러낸 셈이다. 소모적인 논쟁보다 이제 자생력 없는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에 착수할 때다. 늘 그렇지만 위기는 기회다.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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