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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스무살 '베르테르'…열돌 '모차르트'…오래된 무대, 빈 무대를 깨운다

■하반기 '장수 뮤지컬' 봇물

팬덤 굳건한 '베르테르' 매번 파격연출

이건명·정선아 등 스타의 산실 '렌트'

세종문화회관 매진 기록 '모차르트'

코로나發 개점휴업 뮤지컬 시장에

스테디셀러 작품들 '구원투수'로

한국에서 공연된 최초의 뮤지컬은 무엇일까. 학계에서는 1962년 유치진이 연출한 ‘포기와 베스’를 뮤지컬 형식을 도입한 첫 작품으로 본다. 포기와 베스는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슈윈이 1935년에 만든 오페라가 원작이다. 1966년 예그린악단이 만들고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대표가 연출을 맡은 ‘살짜기 옵서예’는 한국 최초의 창작뮤지컬로 알려졌다. 그러나 뮤지컬이 오늘날처럼 하나의 장르로서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90년대를 전후해 외국의 유명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정식 라이선스 계약 없이 외국 작품 베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뮤지컬은 문화 콘텐츠의 모습을 갖추며 시장의 틀을 마련했고, 적절한 스타 마케팅과 창작 작품 개발, 해외 진출의 단계를 밟으며 성장했다. 그리고 2020년, 승승장구하던 뮤지컬이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계는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뮤지컬 시장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해 ‘이 구역의 형님들’이 돌아온다. 한국 뮤지컬 공연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국내 초연 10주년, 20주년의 장수 작품들이 하반기에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침체된 뮤지컬 시장의 구원 투수로 나설 예정이다. 의미 있는 기념일을 맞아 돌아오는 대형작들과 그들이 만든 기록을 짚어본다.

창작뮤지컬 ‘베르테르’의 20주년 기념공연에서 베르테르 역을 맡은 엄기준은 2002년 시즌 첫 출연 후 가장 오랜 기간 베르테르 역을 연기했다./사진=CJENM




■팬덤 덕에 위기 딛고 장수 물꼬 베르테르

창작뮤지컬 ‘베르테르’는 올해 스무 살 청년이 됐다. 국내 창작 작품이면서도 과감하게 서양 고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2000년 초연 당시 유례없는 팬덤을 형성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02년 재정적 문제로 재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팬들이 자발적인 모금 활동을 펼쳐 무대를 가능케 한 일화는 유명하다. 자칫 사라질 수도 있었던 작품이 팬덤 덕에 위기를 딛고 장수 뮤지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셈이다. ‘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 일명 ‘베사모’는 20년이 흐른 지금도 일부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베르테르 관람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을 거쳐 간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조승우, 엄기준, 임태경, 송창의, 박건형, 민영기, 김다현 등이 베르테르 역을 맡아 호평받았고, 베르테르의 사랑을 받는 롯데 배역 역시 전미도, 김지우, 김소현, 조정은, 추상미, 김선경, 임혜영 등이 열연해 사랑을 받았다. 역대 연출진도 눈길을 끈다. 베르테르는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김광보·고선웅·조광화·김민정 연출이 참여, 매번 새로운 시도로 완성도를 높여온 작품이기도 한다. 이번 20주년 공연에서는 조광화 연출이 다시 무대를 지휘한다. 2002년 첫 합류 후 가장 오랜 기간 베르테르를 연기한 엄기준, 이번 시즌 처음 베르테르와 연을 맺은 카이가 무대에 오르고,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나현우도 함께 타이틀롤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8~11월 광림아트센터 BBCH홀.

뮤지컬 ‘렌트’는 올해로 국내 초연 20주년을 맞았다. 2000년 초연 이후 2001·2002·2004·2007·2009·2011년 시즌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스타 배우를 배출했다./사진=신시컴퍼니


■남경주·최정원·조승우 거쳐 간 렌트

뮤지컬 ‘렌트’도 한국 초연 20주년을 맞았다.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됐던 이야기를 무대 위에 그러내며 브로드웨이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2000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 렌트는 ‘한국 정서와는 아직 맞지 않는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두었고, 2011년까지 6회의 시즌 동안 무대에 오르며 사랑을 받았다. 남경주, 최정원, 전수경, 조승우, 윤공주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은 물론 이건명, 박준면, 정선아, 김호영, 최재림, 송용진 등 당시 무명이던 배우들이 이 작품을 통해 주목받았다. 초연 당시 최정원은 출산 직후 19세 미미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고, 2002년 미미 역할을 소화한 정선아는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오디션에 합격해 ‘스타 탄생’을 알렸다. 2007년 공연에서는 로저 역의 조승우의 파워에 힘입어 티켓 오픈 20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신시컴퍼니는 “렌트는 신예 발굴에 앞장서며 한국 뮤지컬 시장의 확장에 기여한 작품”이라며 “20주년인 올해도 9년 만의 컴백 공연인 만큼 ‘프로 무대 3개 이상 참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1,300명이 몰린 오디션에서는 오종혁, 장지후, 아이비, 김수하, 김호영, 최재림, 전나영 등이 최종 캐스팅됐다. 6월 16일~8월 23일 디큐브아트센터.



2010년 국내 초연한 ‘모차르트!’는 가수 김준수의 뮤지컬 데뷔로도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배우로의 탄탄한 입지를 다진 김준수는 이번 10주년 기념공연 무대에 오른다./사진=EMK


■유럽 뮤지컬의 신화 모차르트!

올해로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는 ‘모차르트!’는 뮤지컬 제작사 EMK와 유럽 뮤지컬을 국내에 알린 대표작이다. 2010년 초연 당시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최초로 ‘대극장 전회차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모았고, 초연작으로서는 드물게 그해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번 10주년 공연으로 ‘모차르트!’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단일 라이선스 공연으로는 최다 회차(219회) 작품이 됐다.

주인공 모차르트와 그의 자아인 아마데를 분리한 독특한 설정, 한국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 연출에 박효신, 김준수, 박은태, 전동석, 규현 등 탄탄한 캐스팅은 10년간 이 작품이 사랑받아온 이유로 꼽힌다. EMK는 이 작품 이후 ‘엘리자벳’, ‘레베카’ 등 유럽 뮤지컬을 주로 선보이며 정체성을 굳혔으며, 이는 ‘마타하리’, ‘웃는 남자’ 등 창작뮤지컬 제작의 밑거름이 됐다. 6번째 시즌인 10주년 공연에는 김준수와 박은태, 박강현이 캐스팅됐다. 6월 11일~8월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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