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활동일지가 아기의 출생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로 인해 아기를 홀로 출산한 산모는 출생증명에 성공해 의료보험을 적용받았다.
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창원지법 마산지원 이재덕 판사는 A씨의 아기에 대해 119구급대 활동일지로 출생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8월 갑자기 산통을 느껴 카페 화장실에서 홀로 아이를 출산했다. 주변 사람들은 급히 119로 신고를 했고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A씨가 스스로 탯줄을 끊고 출산한 아이를 안고 있었다. 119구급대는 A씨와 아이를 병원으로 옮겼다.
이후 A씨는 아이의 의료보험 적용을 위해 출생신고를 하려 했으나 벽에 부딪쳤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출생증명서가 필요했지만 병원 의사는 직접 분만을 진행하지 않아 출생증명서를 발급해줄 수 없다고 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주변에서 출산을 도와주거나 직접 목격한 사람도 없어 관련 증명서류를 제출할 수도 없었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먼저 공단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권을 확인해 출생신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검사기관에서는 신생아의 친권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임의로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공단은 특별대리인을 선임 신청해 유전자검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시일이 오래 걸려 산모와 신생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공단은 법원에 119구급대 활동일지를 첨부해 출생확인 신청서를 냈다. 필요할 경우 유전자검사 진행을 명령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법원은 “A씨의 경우 출생증명서를 첨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아이의 출생을 확인해줬다.
이번 법률구조를 진행한 김우경 변호사는 “출생증명서가 없으면 통상적으로 유전자검사가 필요하지만 119구급대 활동일지 등으로 모자관계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면 유전자검사 없이도 출생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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