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대상과 금액을 놓고 홍역을 치른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이번엔 사용처를 두고 곳곳에서 잡음을 내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사용처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재난지원금 지급을 서두르면서 일선 현장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본격적인 지급에 들어간 서울시 재난지원금은 원칙적으로 대형마트에서 사용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우선적으로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당연히 대형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형마트 중 홈플러스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시금고은행인 신한은행이 홈플러스와 연계한 결제 시스템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선정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재난지원금은 롯데슈퍼와 GS수퍼마켓 같은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 쓸 수 없지만 서울시 재난지원금은 여기서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쇼핑몰 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시 재난지원금은 쿠팡, 옥션, 지마켓 등 온라인쇼핑몰이 직접 판매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데 쓸 수는 없지만 서울시에 사업체가 있는 입점업체의 상품은 살 수 있다. 반면 중앙정부와 경기도는 처음부터 온라인쇼핑몰 결제를 막아놨다.
소상공인이 주로 운영하는 편의점에서는 종종 실랑이가 벌어진다. 서울 편의점은 해당 가맹점의 매출과 상관없이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는 연매출 10억원이 넘어가는 편의점에서 쓸 수 없다. 이를 두고 경기도민 사이에서는 편의점 연매출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지급 방식을 변경해달라는 주민들의 항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경기 구리시는 재난지원금을 1인당 9만원씩 지급한다고 방침을 정했다. 이에 구리시와 인접한 남양주시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하지 못하자 시민들이 홈페이지에 몰려가 항의를 쏟아냈다. 주민 반발에도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급 여력이 안 된다고 버텼던 남양주시는 결국 백기를 들고 1인당 10만원의 현금 지급을 결정했다.
남양주시가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자 이번에는 구리시로 불똥이 튀었다. 구리시는 오는 18일부터 지역화폐와 선불카드로 지급할 예정인데 남양주시처럼 현금으로 지급 방식을 바꿔달라는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구리시민들의 항의에 응대하느라 신속히 지급돼야 할 재난지원금 행정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을 너도나도 서두르면서 사용처와 지급 방식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라며 “중앙정부가 먼저 지급을 결정해 기준을 세웠으면 좋았겠지만 지자체 재난지원금은 지자체 관할 영역이라 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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