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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완벽주의자들]'허용오차 제로'의 정밀성이 세상을 바꿨다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북라이프 펴냄





18세기 영국의 시계공 존 해리슨은 항해사들이 선박의 경도를 측정해주는 시계들을 제작했다. 그가 만든 시계들은 배의 조타실에서 아무리 파도에 시달려도 오차가 몇 년에 몇 초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했다. 해리슨의 시계를 시작으로 선박들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정밀하게 항해를 계획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영국이 세계 바다의 통치자로 군림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신간 ‘완벽주의자들’은 각종 측정 기구와 부품, 증기 기관과 자동차 엔진, 기계 시계와 카메라, 반도체 칩 등을 발명하고 발전시킨 역사 속 숨겨진 인물들을 발굴해 보여 준다. 이들의 사소하지만 위대한 발명품 덕분에 포드 자동차의 컨베이어 벨트도, 전 세계를 오가는 대형 여객기도, 일상을 혁신한 스마트폰도, 광활한 우주를 관측하는 허블 망원경도 탄생할 수 있었다. 저자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며, 저서 ‘교수와 광인’으로 작가로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탄탄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완벽주의자들’의 뒷이야기를 꼼꼼하게 찾아냈다.

책 속 발명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밀성’이다. 저자는 정밀성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현대 세계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완벽에 가까운 정밀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각종 부품과 기계를 표준화된 규격으로 만들어 대량 생산의 기반을 닦고 산업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은 존 해리슨, 존 윌킨슨, 조지프 브라마 등 정밀 기술에 천착한 기술자들이 똑같은 물건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쉽게 반복해서 제작할 수 있는 기구들을 발명해낸 과정을 소개하고, 이들이 역사에 끼친 영향을 재평가한다. 계측 도구에서 3㎝ 정도의 오류가 발생하는 바람에 허블 망원경의 위대한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 속 숨은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펼쳐진다.

다만 정밀성이 인간에게 풍요로움만을 선사하지는 않았다. 정밀하고 정확한 작업을 해내는 기계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더는 숙련공들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밀 공학이 열어젖힌 새로운 세상을 모두가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완벽한 수준의 정밀함은 우리의 경탄을 자아낼 만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밀하지 않은’ 인간과 자연이 서 있을 자리 또한 소중하다. 책은 현대 사회를 가능케 한 정밀성에 감탄하고 환호하면서도 그 이면의 어두운 부분까지 조명하며 균형을 잃지 않았다. 2만2,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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