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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시절과 기분] 섬세한 감수성으로 풀어낸 퀴어 서사

■ 김봉곤 지음, 창비 펴냄





전기장판을 정리해 넣은 게 엊그제인데 갑자기 밤 기온이 뚝 떨어졌을 때, 고민하고 미적거리며 장판을 다시 꺼내지 않는 이유가 그저 귀찮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굳이 봄이불에 지난겨울의 기운을 묻히고 싶지는 않았다. 새 기분을 잡치느니 차라리 추운 편이 낫다고” 말하는 ‘나’는 퍽이나 예민하다. 기차 안에서 옆을 스쳐 가는 젊은 남자로부터 3월에만 맡을 수 있던, 그 냄새를 맡으면 심박이 빠르게 뛰어오르고 이내 입가에 미소가 터지는 “향기라기보다는 기운에 가까운 것”을 감지할 수도 있을 정도로.

지난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봉곤이 두 번째 소설집 ‘시절과 기분’을 출간했다.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가 나온 지 2년 만이다.



표제작은 ‘나’ 스스로가 게이 정체성을 찾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귄 여자” 혜인을 7년 만에 다시 만나러 가는 이야기다. 첫사랑은 아련한 3월의 기운과도 닮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간 계절을 이 봄에 다시 끌고 올 수도 없는 일이다. 커밍아웃한 게이 소설가 김봉곤은 특유의 유려하고도 섬세한 리듬감을 겸비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책은 판형과 디자인을 달리한 한정판 ‘동네서점 에디션’으로도 선보인다. 1만4,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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