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무선이어폰 ‘에어팟’의 생산공장 일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린 결과로 일각에서는 미국 기업의 ‘탈중국’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올 2·4분기부터 전체 에어팟 1세대 생산의 30%에 가까운 300만~400만대를 베트남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애플은 지난해 6월 공급업체들에 15~30%의 생산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는데 이번에 구체화한 계획이 나온 것이다. 2016년 처음 출시된 에어팟은 지난해 기준 120억달러(약 13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 애플의 주력 하드웨어 상품 중 하나다.
애플의 ‘탈중국’ 움직임이 본격화한 배경에는 코로나19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한다.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에서 생산한 애플의 하드웨어 제품 일부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는데 2차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아이폰과 맥북 등으로 관세 압박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 또한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에 속도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는 애플의 이번 움직임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 공급업체의 한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에 “미국 기업이 중국 이외의 생산기지를 찾아야 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며 “이미 애플을 포함한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베트남과 태국·인도 등 중국 외의 생산기지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윌리 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전자기기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외 지역으로의 공급망 다변화가 점차 목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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