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충격으로 예상되는 수많은 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동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악화해 왔던 미·중 갈등이 이제는 중국혐오, 중국공포 수준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인들의 66%가 중국을 싫어한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현지인들이 동양인과 마주치면 얼굴부터 찌푸린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유럽에서도 반중감정이 확산하면서 중국의 대유럽투자가 취소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축적한 소프트파워가 상당 부분 손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중국이 자랑하는 글로벌가치사슬이다. 소재 부품장비 등을 수입한 후 자국의 기술과 노동력을 결합하여 세계 시장에 수출을 하는 ‘고투 글로벌’(Go to Global) 경제 모형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셈이다. 나아가 해외 기업들이 중국에 진입해 공장을 짓고 현지인을 고용, 제품을 생산하는 ‘인투 차이나’( In to China) 전략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감염병의 발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을 포함해 코로나 방역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지역에는 투자는 물론 여행도 자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의 대표격인 보잉사가 인력을 해고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외여행을 포함한 글로벌 대면 접촉이 줄면서 항공여객 산업이 힘들어지자 신규 항공기 제작 주문이 급감하고 결국 항공기 제조업마저 타격을 입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역규모가 정체되자 신규 선박 주문이 줄어든 것과 동일한 현상이 항공기 제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항공기 제조업 관련 일자리가 2,500만개 라는 분석도 있는데 이 중 몇 개나 남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이제 보호무역적 접근 내지 자국 우선주의적 접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담보되는 지역에서의 생산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해외진출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는 리쇼어링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방역 문제만 강조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대폭적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성 확보 등의 종합 정책 패키지를 통해 기업입지 조건을 대폭 개선하는 등 강력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 경우 중국과 일본에 대한 대체지역으로서 급부상하며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신규 해외자본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노력을 병행하여 우리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준 타격을 역이용하는 발상의 전환 그리고 과거식 논리에서 빨리 벗어나 미래를 꿈꾸는 반전의 사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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