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보호시설이 아닌 가정의 품에서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양육의 두려움, 사회의 편견이 입양의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잘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다섯 자녀를 가슴으로 낳아 키우고 있는 천병희(62)씨는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 잘 커 준 아이들과 꿋꿋이 가족을 위해 지탱한 삶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개입양 가족들의 모임인 한국입양홍보회의 서울, 안성·평택 가족모임 대표도 맡았던 천씨는 입양편견 해소 운동에 앞장서온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11일 ‘입양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천씨는 결혼 3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2000년 남편의 권유로 큰딸을 입양했다. 이후 7년 동안 모두 한 살 터울 아이들 4명을 더 입양해 3남 2녀를 두게 됐다. 큰딸(21)과 큰아들(20)은 현재 대학생으로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자라준 것이 고맙지만 충청 지역 시댁의 맏며느리인 천씨가 첫 입양을 결정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다. 3년 동안 고민 끝에 ‘입양해서 잘 키워보라’는 시어머니의 권유 전화가 원동력이 돼 결심했다. 그는 “첫 딸의 해맑은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은 후로는 보육원에 놓아두고 오는 게 싫을 정도였다”며 “두려움은 당연하지만 하늘이 알아서 부모의 마음을 주신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물론 입양만으로 가족애와 연대감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천씨는 “입양은 팩트”라며 “가족 간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여유를 갖고 지켜보는 것이 가족·가정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천씨가 선택한 것은 공개입양이다. 아이들 모두 6~7세 전후에 직접 입양 사실을 알려줬다. 그는 “어릴 때는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폭도 크다”며 “아이가 다 자라 입양 사실을 알게 되거나 듣게 되면 그 충격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양 사실 공개로 아이들이 위축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교회 등에서 또래 아이들의 놀림이나 불편한 시선들은 스스로 입양됐다는 것을 당당히 알리면서 이겨냈다. 그는 “아이들이 가끔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입양가족 모임에서 친구들과 자연스레 입양에 대한 대화를 나눌 정도로 빨리 수용하고 이겨냈다”고 말했다.
홈스쿨링으로 자란 아이들은 모두 악기를 배워 현악앙상블을 만들었다. 초청공연이나 방송출연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보탬도 되고 있다. 그는 “입양을 주저한다면 예비 입양부모들을 위한 모임에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상상 속의 두려움은 대화와 교육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도 자녀들이 동생을 더 입양하자고 말한다고 소개한 천씨는 “사람은 가정에서 배우고 배운 대로 산다”며 “보호시설의 아이들이 가정의 일상을 배우고 훗날 그런 가정을 이루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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