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소·벤처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임금·근로 분야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재택·원격·집중 근무 등의 확산으로 근로시간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1년 넘게 국회 계류 중인 탄력 근로, 선택 근로제의 단위시간을 조속히 늘리는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도 동결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승길 아주대학교 교수는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전환 및 미래전략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우선 고용유지를 위해 근로시간과 임금체계에 대한 개편이 시급하다고 봤다. 실적 악화로 인한 고용주의 임금 부담이 급증하고 있고 근로와 관련한 돌발 변수도 많아진 상황에서 융통성 있는 조치로 고비용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교수는 “탄력근로제의 단위시간을 3개월에서 12개월, 선택 근로는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고 내년 최저임금도 동결은 물론 업종·규모·연령별 차등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파견법·기간제법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파견법 개정을 통해 파견규제 방식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한 일본 사례를 본보기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고용 형태가 경직되면 기업이 아무래도 일자리 창출에 미온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의 파견법에서는 파견 사유가 극히 제한적이고 제조업은 원천적으로 파견도 금지돼 있는데 이런 것을 풀지 못하면 가뜩이나 고용 여력이 없는 기업을 더 핀치로 내몰게 된다”며 “파견 기간도 2년에서 더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급증으로 이어졌고 2018년 이후 30%나 오른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악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청년 실업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시켰다”며 “이런 고용 악화 요인을 그냥 두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김문식 포럼 의장도 “이제까지의 사회안전망 정책이 실업자 생계유지와 보호 중심으로 추진됐다면,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이고 예방적 차원의 고용촉진과 일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나선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에는 뉴노멀이 아니라 넥스트노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양질의 인력이 기술혁신 역량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보다 많이 취업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은 “근로기준법 등 현행 노동법제도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통제보다 자율이 강조되는 새로운 세상에 적합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일하는 방식의 유연성 확대와 고용과 취업으로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인센티브 확대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