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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 이혼은 흠? '일상의 한컷' 된 드라마 속 이혼

■시대와 함께 달라진 '드라마 속 이혼'

남편의 외도 참고사는 모습 그리기보단

개인행복 위한 선택지로 묘사하는 등

과거보다 부정적인 이미지 옅어져

이혼 후 현실다룬 '부부의 세계' 부터

돌싱이 주인공인 '한번…' 등 인기몰이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사진=JTBC 홈페이지 캡처






어떤 집은 사고만 치다 이혼당한 첫째부터 결혼식 당일 파혼한 등 막내까지 4남매가 모두 각자 다른 이유로 ‘돌싱’이 됐고(KBS ‘한 번 다녀왔습니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어떤 부부는 질긴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한다(JTBC ‘부부의 세계’). 최근 화제가 된 두 드라마에서 화두는 ‘이혼’이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무수히 다뤄졌던 소재지만, 각기 다른 이혼의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인지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오는 16일 마지막회를 앞두고 있는 ‘부부의 세계’는 시청률 24.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1위를 차지했으며,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그 뿐인가. 현재 방영 중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5명의 친구들 가운데 2명이 이혼남이다. 돌싱 의사인 양석형(김대명 분)은 어머니의 이혼 결심에 “기분이 너무 좋다”고 하고, 아내의 외도로 인한 이익준(조정석 분)의 이혼은 밥 먹는 장면처럼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다. 또 다른 tvN 드라마 ‘화양연화’에서도 주인공은 이혼한 돌싱으로 설정됐다.

이제 드라마 속 이혼남, 이혼녀는 익숙한 캐릭터가 됐다. 과거 이혼이 인생의 실패, 또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덧씌워졌다면 이제는 마음이 맞지 않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그려진다. ‘흠’이 아닌 ‘일상’이 된, 시대와 함께 달라진 드라마 속 이혼의 모습을 살펴봤다.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 포스터. /사진제공=KBS


“이혼하고 제일 좋았던 게 뭔지 알아요? 더 이상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거.”

4남매의 이혼을 그린 KBS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성현경(임정은 분)은 송준선(오대환 분)과 이혼한 이유에 대해 묻는 전 시누이 송나희(이민정 분)에게 이 같이 대답한다. 이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관계를 위한 발전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결혼식 당일 파혼을 하고 온 막내딸 송다희(이초희 분)에게 아버지 송영달(천호진 분)은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간다. 별일도 별일 아닌 게 된다. …부모도 있고 언니 오빠도 있는데. 네 편이 이렇게 많다”며 위로한다. “이혼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부터 하고 보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라, 파혼도 별 일 아니라며 딸의 결정을 지지하고, 위로해주는 모습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마음이 안 맞으면 이혼해도 된다고 묘사되는 등 요즘 드라마 속에서는 점점 이혼이 일상화되고, 부정적이지 않은 사건으로 그려진다”고 평했다.

물론 2020년에도 이혼은 마냥 아름답지 않고, 쉬운 일도 아니다.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박해준 분)의 외도로 이혼했어도 지선우(김희애 분)와 이태오는 각자 새로운 삶을 꾸리기 보다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질긴 인연을 이어간다. 이는 이혼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혼 후에도 깨끗하게 갈라서지 못하고 미련을 보이는가 하면 다시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등 우리 삶에는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처럼 이혼한 후에 당사자가 잘 지내는 경우도 있고 ‘부부의 세계’처럼 극단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은 그만큼 이혼에 대한 대중의 생각이 다양해졌음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1970~1980년대만 하더라도 이혼은 드문 일이었다. 드라마에서도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부인은 이혼을 결심하기보다 참고 사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혼은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주홍글씨’였다. 공 평론가는 “그 시대에는 가능한 이혼을 하지 않고 참고 살려고 했고, 그런 아픔을 드라마에서도 보여줬다”며 “그 시절 일일연속극 ‘야 곰례야’(1979)와 ‘달동네’(1980)와 같은 서민드라마에서는 몇몇 주인공들이 외도를 해도 그들의 아내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남편을 받아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부인들은 외도를 한 남편에게 통쾌하게 복수하고 이혼한 뒤 새로운 삶을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MBC ‘아줌마’(2000)다. 권위적 남편에 맞서 당당히 이혼하는 주인공 오삼숙(원미경 분)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드라마는 오삼숙이 이혼 후 식당을 경영하며 두 아들을 밝게 키우고, 이혼녀인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것을 암시하며 막을 내렸다. 그 이전까지 대부분의 드라마가 이혼 뒤 남편의 참회와 부부의 행복한 재결합이라는 구도를 그렸던 데서 탈피한 것이다. 이후 ‘조강지처 클럽’(2007) ‘아내의 유혹’(200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조강지처클럽’은 조강지처들이 남편들의 외도를 알고 복수를 하는 드라마로 여주인공들의 이름도 ‘나화신’ ‘한복수’ 등으로 설정됐다.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사진제공=SBS


특히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엄마가 뿔났다’‘인생은 아름다워’ 등 숱한 히트작을 써낸 김수현 작가는 참고 살기보다는 당당히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여성을 주로 그려왔다. 7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오은수(이지아 분)가 이혼 후 재혼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기획의도에 적힌 말은 2020년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다.

“날마다 이혼율이 증가하는 지금 이혼녀, 이혼남이라는 딱지는 이제 불명예가 아니게 됐다. 개인의 행복 추구권에 대한 자의식이 이제는 결혼생활이 더이상 옛날처럼 어느 한쪽의 희생, 복종, 인내만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높아진 까닭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이혼이나 재혼에 대해 조금 더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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