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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사천의 눈물

한동희 산업부 기자





경남 사천의 대표적인 항공기 부품업체 A사는 이달 1일부터 두 달간 휴업에 돌입했다. 같은 지역의 Y사는 오는 18일부터 인력의 절반만을 업무에 투입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감이 끊기면서 인력에까지 손대는 혹독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사천 항공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장 문을 닫아야겠다는 푸념을 인사말처럼 주고받는다”고 했다.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근간인 사천이 ‘사면초가’ 위기에 놓였다. 미국 보잉사의 B737 맥스의 연이은 추락사고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일감이 뚝 끊긴 탓이다. 업계 맏형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단가 인상,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항공 중소업체들은 올해 매출이 3,000억원 줄고 적자 전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원청업체인 항공사들이 운항을 재개하더라도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미국 방위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틸 그룹(Teal Group)은 세계 민수 시장 정상화에 5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지만 항공 제작업계는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제작업체들은 지난 7일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기간산업안정자금’ 지원 업종에 포함해달라는 대정부 건의문을 냈지만 정부는 항공 ‘운수’에만 지원을 결정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 운수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즉각 가시화됐지만 제작업계는 타격이 4월 말부터 현실화했다”며 “코로나19 피해가 더 눈에 띈 운수업에 정부의 시선이 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루빨리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천 항공산업의 위기는 한국 항공산업 생태계 전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KAI의 민수 부문 경쟁력이 약화하는 것은 물론 사천 지역 경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항공 제작산업을 살릴 골든타임을 놓치면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50년간 쌓아온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숙련된 인력의 이탈을 막고 항공 제작산업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수혈’을 서둘러야 할 때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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