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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내가 왕', 입주민은 '말귀 못 알아들어?'" 아파트 '갑질' 실태

12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엄정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의 갑질을 이기지 못한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경비원이나 미화원 등 대다수의 아파트 노동자들이 평소 입주민들에게 폭언과 폭행 등 심각한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아파트 갑질 관련 사례에 따르면 아파트 노동자들은 주민들의 악성 민원전화에 시달리거나,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의 ‘갑질’에 시달리다 문제를 제기하면 해고를 당하는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는 중년 여성 B씨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꾸지람을 듣고 해고까지 종용 당했다고 한다. B씨의 자녀 A씨는 “어머니가 아파트 미화원인데, 아파트 주민이 ‘당장 그만두라’며 소리를 질렀다”며 “주민이 일부러 모래를 쏟고 음식물 쓰레기를 아파트에 뿌리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한 아파트 감단직 C씨는 “입주민의 민원 억지와 협박이 야간에도 계속되고 있고 정신적 고통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며 “사람들은 ‘아저씨 왜 말귀를 못 알아듣냐, 왜 이렇게 답답하냐, 입주민 카페에 올릴 거다’며 협박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아파트 회장의 ‘갑질’ 사례도 심각했다. 한 아파트 대표회장은 직원이 고용조건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맞는지 여부를 묻자 직원들을 불러 놓고 ‘내가 왕이다’ ‘내가 나가라고 하면 언제든 쫓아낼 수 있다’며 협박했다. 또 실제 입사일과 4대 보험 취득 신고일이 다른 문제를 제기하자 욕설을 하며 “XX 고소할테면 하고 나가”며 직원들을 해고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아파트 내 입주자의 부당 행위를 막기 위해선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하고,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같은 조항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로서는 고령자가 많은 아파트 노동자의 여건상 인터넷을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을 신고하기도 쉽지 않으며,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도 드물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65조 6항은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 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처벌 조항은 없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는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 책임을 지도록 공동주택관리법에 명시해야 한다”며 “사용자로 명시하면 감정노동자 보호법에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모임은 지난 13일 폭행 등 8개 혐의로 가해 입주민을 검찰에 고발했다.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14일 오후 5시 30분을 기준으로 35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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