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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성공의 해법…조기교육 위에 '제너럴리스트'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스포츠계에서 지난 20년간 꾸준히 주목받은 두 인물이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다. 이 둘은 나란히 자신의 영역에서 ‘황제’ 칭호를 받으면서 데뷔 후 줄곧 비교 대상이 되곤 했다. 둘의 차이점은 조기 교육을 받았느냐 여부다. 페더러는 10대 들어 정식으로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기에는 한참 늦은 나이다. 늦깎이 교육의 성공 사례인 셈이다. 반면 우즈는 생후 10개월째에 처음 골프채를 잡기 시작해 3살 때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조기교육 코스를 밟아 정상의 자리까지 오른 성공 사례다. 요즘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즈처럼 조기교육이 필수처럼 인식되고 있다.

☞조기교육의 환상

학업상 이점 급속도로 약해지고 사라져

걸음마 일찍 가르친다고 삶에 영향 없어

‘한우물’ 우즈 같은 사례는 극히 예외적

그렇다면 과연 우리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길은 페더러와 우즈 중 어느 쪽일까? 신간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결론은 제목에 담겨 있다. 책은 조기교육에 대한 통념과 달리 어려서부터 한우물만 파는 식의 조기 교육과 전문화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예외적이라고 주장한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늦깎이 제너럴리스트’라고 주장하며 가능한 일찍이 특정 분야에 집중해 전문화 교육을 받는 조기 교육에 대한 환상을 완벽히 깨뜨린다.

인간의 학습과 성취에 관한 연구를 해온 저자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대학 육상선수 출신의 논픽션 저자로, 방대한 문헌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운동선수, 예술가. 발명가, 미래 예측가, 과학자를 조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 책의 원제 역시 범위와 다양성을 뜻하는 ‘레인지(Range)’다.



저자에 따르면 조기 교육은 신화이자, 맹신이요, 환상이다. 조기교육의 출발은 헝가리 교육심리학자인 라슬로 폴가르다. 그는 대학 시절 위인들의 전기를 탐독했고, 제대로 조기 교육을 시키기만 하면 자녀를 천재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자신의 딸 셋에게 체스로 조기교육을 실험했고, 세 자매는 10대에 여성 체스 올림피아드 헝가리 대표팀 4명 중 3명으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자녀의 성공으로 조기교육에 대한 폴가르의 확신은 더욱 발전해 1,0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책은 폴가르 자매와 우즈의 조기 교육 성공 사례를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평가한다. 미 경제학자 그렉 던컨과 심리학자 드루 베일리 연구진은 학업 성취도를 높여준다는 67가지 아동조기교육 프로그램을 검토한 결과,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학업상의 이점이 빠르게 약해지고 심지어 완전히 사라지는 ‘페이드아웃’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조기교육 프로그램은 절차 반복을 통해 금방 습득할 수 있는 기능들을 가르치지만, 어떤 시점에 이르면 모든 아이들이 자동으로 그런 기능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좀 더 일찍 걸음마를 가르친다고 인생에 변화를 줄 만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 폭 넓은 경험이 열쇠

자신의 적성 탐사 ‘샘플링 기간’이 중요

전혀 다른분야 지식 연결하고 종합해야

‘견문각지’ 페더러·고흐 둥 최고 자리에

고등학교 때 전공과 진로를 결정한 대학생들이 졸업 후 다른 분야로 전직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기도 전에 전공을 정해버림으로써 사회에 나와서 진로를 재설정하는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책은 인생의 성공은 빠른 출발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적성과 관심을 폭넓게 탐사하는 ‘샘플링 기간’의 유무로 좌우된다고 설명한다. 페더러처럼 인생의 전반부를 여러 분야를 탐색하며 보내다가 뒤늦게 한 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유추하고, 종합하는데 탁월한 바로 ‘늦깎이 천재’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늦깎이 천재 중에는 반 고흐도 포함된다. 고흐 역시 자신의 화풍을 완성하기 전까지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기 전, 고흐는 미술상, 교사, 서점 점원, 목사, 전도사 등을 거치고, 화가가 된 후에도 다양한 화법들을 실험했다. 그의 인생은 화가라는 직업, 최고의 화풍을 완성하기 위한 ‘샘플링 기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장기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단기적 성취에 현혹되지 말 것을 주문한다. 당장은 힘들고, 느린 학습이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며, 인생의 전환기에 놓인 많은 이들을 격려한다. “젊은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오늘의 자신을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라. 사람은 저마다 발전 속도가 다르다. 그러니 누군가를 보면서 자신이 뒤처져 있다는 느낌을 받지 말기를.” 2만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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