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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20]한국 'G2 신냉전' 틈새공략…美와 첨단 기술 공조 강화해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과학기술 초격차가 답이다

<1> 한국호 성장엔진 R&D - 글로벌 전략 방향은

트럼프, 무역·투자 등 中 태클....'기술굴기' 원천 차단

習 '제조2025' 계획 제동 걸리고 美서 설자리 줄어

韓, 中과 전통 제조업, 美와는 바이오 등 협력 확대를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등 기술인력의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계다. 양쪽을 합치면 60%가량 된다. 미국 대학의 이공대 연구실에서는 ‘중국계 학생연구원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계 이공계 인력이 약진했다. 어느새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의 30%를 차지하며 인도계와 비슷한 수준까지 된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5세대(5G) 무선장비, 수소연료 기술 벤처인 임파워의 마이클 박 대표는 “지난해 초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관련 중국계 반도체 벤처가 실리콘밸리에만 250~300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하지만 미국이 워낙 강경하게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고 있어 지금은 중국계의 득세가 많이 약화됐다”고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위협한 것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5G 통신장비와 휴대폰 글로벌 기업인 중국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전면 수출금지 추진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유탄을 맞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 공급망(밸류체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에 맞춰 적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애플과 보잉 등 미국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뜻을 비쳐 양측의 패권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제조 2025(첨단기술 굴기)’와 ‘일대일로(신실크로드)’를 통한 2049년 미국 따라잡기 구상과 매사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 간 정면충돌 양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실제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굴기 저지를 위한 노력은 집요하다. 미국 수사당국은 1월 하버드대 교수에 이어 이달 8일 사이먼 앵 미국 아칸소주립대 전기공학과 교수까지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참여해 자금지원을 받고도 숨겼다며 잇따라 체포했다. 보스턴대 교수는 군사정보 유출 혐의로 수배된 상태다.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스파이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APARC) 소장은 “미국 교수들에게 중국과의 연구개발(R&D) 협력을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중국으로의 인재·기술 유출 시도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건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초 MIT 등을 방문하니 연구실의 중국 석·박사 과정생을 줄였으면 한다는 지침이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2018년 말부터 중국의 미국 첨단기술 회사 인수합병(M&A)에 대한 감시 강화에 나섰다. 거액의 중국 자금을 운용하며 기술력 있는 벤처에 투자하던 스탠퍼드대 교수(중국계 장서우성)가 당시 자살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당시 중국은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IT 대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수천억원~조단위의 투자펀드를 적지 않게 조성해 AI 반도체 칩,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경제학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미중 간 무역·기술·투자·데이터·통화 협정의 탈동조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오며 사이버 전쟁이 급증해 재래식 군사충돌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미중 패권 경쟁에서 흔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코로나 K방역 등으로 국제무대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실리콘밸리 등에 대한 진출을 늘리고 미국 등 외국과 공동 R&D를 확대해 초격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사태로 AI, 비대면 기술, 바이오헬스케어 등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미국과의 기술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소장은 “군사안보적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경제적으로는 미국과의 공동 R&D에서 내실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우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실리콘밸리는 IT 클러스터로 알려져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히트한 인조고기 등 바이오까지 다양한 핵심 기술 벤처가 많다”며 “한미 R&D 공조를 다양화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태일 실리콘밸리 리더십아카데미 대표는 “실리콘밸리 등에 기술연구소와 벤처·스타트업의 진출을 늘려 첨단기술을 습득하며 인도·베트남 진출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는 전통 제조업에서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경험이 많은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미국 대학 연구실 기술로 당뇨환자용 패치형 인슐린펌프와 웨어러블 인공췌장을 상용화하고 있다”며 “미국에는 아직 잠자고 있는 의료기술이 많고 한국은 제조 강국에 IT가 뛰어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상거래·은행·교육·회의·스포츠 등 비대면 활동이 대세인데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이나 의료로봇 개발 등 R&D 혁신이 절실하다”며 “특히 AI 기술이 중요한데 한미 간 전략적인 R&D 제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전문가인 윤종록 한양대 특훈교수는 “혁신 기술 관점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과의 R&D 파트너십이 나름 괜찮았으나 내실을 다지고 다른 나라와의 R&D 협력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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