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울포럼 2020]G2 갈등·脫세계화 시대, 공급망 재구성해 신시장 뚫어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학기술 초격차가 답이다

<2>글로벌 기술전쟁의 파고-서플라이체인 재편

코로나發 세계분업망 붕괴에 자국중심주의 확산

미중 패권경쟁으로 반도체 등 주력산업 압박 커져

리쇼어링·R&D 투자 확대로 기술 경쟁력 높여야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는 것에 대해 전략적인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서겠다.”(5월15일 미국 상무부)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미국이 취한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된다.”(5월17일 중국 상무부)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 기술패권을 두고 정면충돌하며 글로벌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5일 대만 TSMC는 미국 현지에 120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사흘 뒤 중국 SMIC는 중국 정부 펀드로부터 15억달러, 상하이집적회로기금 2기로부터 7억5,000만달러를 각각 투자 받았다며 맞받아쳤다. 대만 TSMC는 화웨이의 하이엔드급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양산하는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업체로 미국 제재로 향후 화웨이와 거래를 끊을 계획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현재 14나노 중심의 파운드리 기술을 7나노까지 업그레이드해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비롯한 자국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의 TSMC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선전에 자리한 화웨이 본사 전경. 화웨이는 삼성전자 IM 사업부의 최대 경쟁자이자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의 최대 고객으로 양사의 관계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 위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미중 간의 무역분쟁 격화와 자국중심주의 강화로 글로벌 제조 분업망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이자 파운드리 시장 2위인 한국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은 화웨이 제재에 한국의 참여를 강제하기 위해 향후 메모리반도체 분야까지 규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전망이, 중국은 ‘사드 보복’ 때처럼 한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예상 밖의 규제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각각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이나 중국에 추가 공장 건설이나 증설 등을 강요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반도체 외에도 자동차·화학·디스플레이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연구개발(R&D)에 집중한 ‘초격차’ 전략으로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매섭게 추격해오던 중국 ‘반도체 굴기’가 미국 제재로 한풀 꺾일 수 있는 만큼 초미세 공정 강화와 높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내놓은 ‘미중 무역협상 전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교역 상위 10개국 중 미중 무역분쟁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로 분석됐다. 한국은 지난해 1월부터 9개월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출감소율이 9.8%로 영국(-6.3%), 독일(-5.1%), 미국(-1.2%), 중국(-0.5%) 등 여타 국가와 비교해 두 배가량 높았다. 보고서는 “한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고도로 통합돼 있어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고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미중 양국의 갈등이 비관세 영역에서 더욱 증폭될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 마찰적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산업구조가 글로벌 무역분쟁에 많은 영향을 받는 구조인 만큼 업계에서는 결국 ‘기술 중심의 경영’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주요2개국(G2) 간의 패권 다툼에서 한국 기업들의 선택지는 결국 기존에 하던 기술 개발 등에 집중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생산라인. 미중 무역갈등으로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압도적 기술력에 기반한 ‘초격차’ 전략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번 미중 무역분쟁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는 코로나19 보다는 △미중 간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대선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이슈 부각 △중국의 외국 기업 기술보호 관련 법령준수 여부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 때문”이라며 “한국 반도체 등 기술 중심 기업들은 이럴 때일수록 R&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기술 격차를 벌려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 속에서 중국 시안 2공장을 예정대로 가동한 것 또한 128단 낸드플래시 연내 양산을 선언한 YMTC 등 중국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 확대에 목적이 있다고 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중국 압박이 노골화된 18일 중국 시안 현지 낸드플래시 공장을 방문한 것 역시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을 고려한 행보다. 삼성전자는 14나노 기반의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미국 오스틴에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 미국과 중국 당국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경영적 실리를 챙기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 일부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으로 글로벌 분업 구조가 와해된 만큼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회귀) 정책 등을 검토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재설계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의 경우 차세대 섬유소재인 ‘아라미드’의 울산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이달 결정했다. 효성 측은 베트남 생산기지 증설 카드로 놓고 저울질하다 핵심소재 생산기지는 한국에 두는 것이 글로벌 공급사슬망(SCM) 운영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또한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한층 견고한 SCM을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이어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올해 경영계획 수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초격차’ 전략을 통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