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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론몰이로 악용된 청와대 게시판 손질해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53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글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청와대 게시판에 ‘저희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30대 여성을 형사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의 글 내용은 본인 거주지와 딸이 있다는 사실 외에 모두 허위였다. 가해자는 가공인물이었고 가해학생의 부모와 주고받았다고 공개한 메신저 내용도 거짓이었다.

하지만 이 글은 3월20일 게시된 지 하루 만에 20만명, 청원마감 시점인 4월19일에는 53만3,000여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번 사례는 여론몰이 도구로 악용되는 청와대 게시판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8월 개설된 청와대 게시판은 정책결정자가 국민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소통창구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역기능을 보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정 연예인을 사형시켜달라는 청원이 게시되는가 하면 인신공격이나 허위사실도 많아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특정 정당이나 집단을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등 정치적 활용이 의심되는 청원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을 해산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해 183만명이 넘는 추천을 받자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올라와 33만여명이 동의했다. 진영 대결의 싸움터가 된 것이다. 청원 내용보다 추천 숫자에 관심이 쏠리면서 여론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입법부나 사법부·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야 하는 청원이 상당수여서 답변이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다. 청와대 게시판은 15일로 개설 1,000일을 맞았다. ‘국민 참여로 의제를 만들어간다’는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냉정히 짚어볼 때가 됐다. 여론조작과 포퓰리즘 정치가 끼어들 여지를 차단하는 등 부작용을 막을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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