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11억원, 매매 18억원.’
서울 아파트값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인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 매매가가 내림세를 타는 가운데 전세가는 꾸준히 오르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잠실 일대에서 갭 투자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15일 잠실 대장 아파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중 하나인 리센츠 전용 84.99㎡가 11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전세가가 슬금슬금 오르면서 현재 전세 호가는 9억5,000만원에서 11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열흘 전 해당 단지의 동일 평수가 18억원에 매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가율이 61%에 달한다. 전세보증금을 떠안을 경우 7억원가량만 있으면 갭 투자가 가능한 셈이다. 이 단지 매매 호가는 17억5,000만~20억원 수준이다. 리센츠 전용 84㎡의 전세가율은 올 1월 실거래 기준 46~58% 수준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잠실 지역의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포착된다. 리센츠 아파트 바로 옆 단지인 엘스 전용 119.93㎡의 경우 이달 들어 전세가 14억원에 거래됐다. 매매는 21억9,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전세가율이 64% 수준이다. 올 1월만 해도 해당 단지 동일 평형의 전세가율은 50%대 중반이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아파트도 전용 84.9㎡가 5월 15억4,000만원에 매매됐고 같은 평형이 8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돼 전세가율이 55%를 기록했다. 1월에는 전세가율이 50%대 초반에 머물렀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들여다봐도 송파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오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송파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1월 46.95%, 2월 47.72%, 3월 47.88%, 4월 48.16%로 꾸준히 상승했다. 매매가가 떨어지고 전세가는 계속 오르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중개업소에는 갭 투자 문의전화도 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매매할 경우 양도세가 중과되고 보유세 부담도 높다. 또 실거주 목적이 아닌 단기거래에 대해서는 세금이 무겁게 매겨진다”며 “전세가율 자체가 높아졌지만 갭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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