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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손없는 달' 이사는 옛말...壽衣 장만도 공동구매로

<코로나가 바꾼 '윤달 풍속도'>

- "윤달 상관 없어요" 몰리는 결혼 예약

코로나 재확산 대비 가을 수요까지 북적

5~7월 평균 예약 작년 80~90%선 회복

- 코로나 여파 5월 '이사 특수' 사라져

개학 연기되며 4월까지는 성수기 지속

5월 들어 되레 일감 뚝...'윤달효과' 실종

- 새 시장 등장...마케팅 달라지나

계속된 불황으로 '수의' 소비 줄었지만

반려동물 늘면서 '애견수의' 관심 급증





3년마다 윤달(올해는 5월23일~6월20일)이 되면 반색하는 시장이 있다. 화장 수요 등이 대표적이다. 윤달에 평소 미뤄둔 궂은일을 할 수 있다는 풍습으로 화장시설이 크게 붐빈다. 또 염습할 때 시체에 입히는 옷인 수의(壽衣) 소비도 증가한다. 이사도 윤달에 많이 했다. 과거에는 이사문의가 평소보다 3배가량 더 늘어나 업체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광고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결혼 또한 윤달을 피한 기간으로 몰리면서 예식업도 ‘윤달발(發) 특수’를 누려왔다. 이런 수요에 맞춰 유통업체·상조업체도 적극적인 판촉행사를 벌이던 것이 윤달 해에 반복됐던 일상이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윤달에 대한 걱정을 집어삼켰다. 화장을 중심으로 한 장례는 여전히 들썩이지만 다른 업종에서는 윤달효과가 예전처럼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다. 윤달 특수를 누려온 각 업종에서는 앞으로 윤달효과가 지속될지 모르겠다는 암울한 전망 일색이지만 한편에서는 애견수의 등 새 시장도 나타나고 있다.

루피맘이 제작한 강아지 수의. /사진제공=루피맘


◇줄어야 정상인 윤달예식 늘어났네=전국 예식장은 윤달이 낀 5~7월의 평균 예약이 전년 같은 기간의 80~90%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4월만 해도 예약률이 전년 대비 20%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회복세다. 코로나19가 윤달결혼에 대한 불안함을 눌렀다.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였던 1~4월 예식 연기분과 코로나19 진정세로 예식장을 찾는 수요가 살아나면서 윤달에 예식이 오히려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윤달이었던 2014년 11월의 경우 혼인건수가 전년동월 대비 17% 감소했다. 예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윤달이 낀 해에는 윤달을 피한 달에 예식이 몰리거나 윤달에 예식할인 이벤트를 벌였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예식 수요가 워낙 줄어 윤달을 신경 쓸 분위기가 아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달이사’ 내세운 업체 많지만 뚝 끊긴 이사 수요=대형 포털사이트에서는 ‘윤달이사’를 소개하는 이사업체가 여전히 20여곳을 넘는다. 그만큼 윤달은 이사의 동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올해는 윤달이 낀 5월부터 수요가 줄고 있다. 서울이사화물사업협회 관계자는 “평년이었다면 3월 개학 전 1~2월이 이사 성수기였는데 올해는 개학이 미뤄지면서 4월까지도 일(이사)이 줄지 않았다”며 “5월(윤달)이 되자 일이 뚝 끊겼다”고 윤달효과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서울에서 20년간 이사업체를 운영해온 A씨도 윤달이 통하지 않은 지 오래라며 갸우뚱했다. 월 40~50건씩 들어오던 예약이 6월 들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 6~7월은 비수기’라는 공식이 올해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다. A씨는 “이제는 전세계약이 언제 끝나는지가 이사를 결정한다”며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때나 ‘반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결혼업계와 뗄 수 없는 가구업계도 마찬가지다. 통상 가구 수요는 이사·결혼과 정비례했는데 올해 초 특수를 누리는 가구업체는 적다. 현대리바트는 3~4월 주방가구 매출이 전년동기와 비교해 25%씩 올랐다. 윤달이 낀 해에는 윤달을 피해 한두 달 일찍 결혼하고 이로 인해 혼수가구 판매가 늘어나는 패턴이 올해도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인테리어 소비가 늘어난 것 같다”며 “유통가에서 윤달판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수의, 이제는 반려동물로 들썩=윤달특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수의 소비다. 윤달에는 유명 백화점에서 수의 판촉전을 열 만큼 수의 소비 성장세가 확연했다. 특히 전통을 지킨다는 각오로 일하는 ‘장인’들이 중국산 저가공세에 맞서 수의 고급화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시장도 탄탄했다.

하지만 이들도 올해는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20년째 수의를 만들어온 김명섭 안동포닷컴 대표는 “이제 안동삼배를 만드는 곳을 거의 찾기 힘들다”며 “윤달은 정말 큰 ‘행사’인데 내가 겪은 윤달 중 가장 어려운 해”라고 토로했다.

윤달을 재해석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움직임도 있다. 올해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반려동물 시장이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애견수의에 대한 문의와 관심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애견용 수의를 직접 제작하는 루피맘의 김유진 대표는 “2~3년 전부터 애견수의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더니 지금은 애견 의류업체 상당수가 수의를 만들고 있다”며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애견은 윤달도 그만큼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최근 수의 제작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양종곤·이재명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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