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현직 의원에게 전화로 안부·종로에 장학재단 |
“잘 지냈나요. (총선 때)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4·15 총선에서 당선된 통합당 초선 의원은 황 전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 이른바 ‘친황’ 계열도 아니었고 공천도 비황계 인사가 주도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 핸드폰에 황 전 대표의 전화번호가 떴다. 익명을 밝힌 초선 의원은 “안부와 총선 당시의 어려움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이야기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느낌만 말하자면 ‘대선 주자인 본인을 반대하는 목소리만 내지 말아 달라’ 이런 뉘앙스였다”고 설명했다.
황 전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는 당선자는 한둘이 아니다. 5월 중순께부터 여기저기 안부 전화가 돌았다. 황 전 대표가 총선 후 본격적인 재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황 전 대표가 본인이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치 1번지’ 종로에 장학재단을 설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친황계 의원으로 알려진 한 중진은 “지역구 주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 선거 때만 나오고 낙선하면 떠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종로에서 표를 준 주민들에게 보답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것 소위 ‘오바’다”라며 “다만 이후의 일은 황 전 대표 본인만 알고 계시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미래통합당 혁신을 맡으면서 야권 대권 주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김 내정자는 당을 다시 정권을 찾을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혁신하고 이에 맞는 대권 주자를 만든다. 대권을 향한 질주의 신호탄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다.
황교안 전 대표는 벌써 제 21대 국회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국을 돌며 ‘정치 버스킹’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개혁보수의 좌장 유승민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대권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홍준표 “국민께 직접 묻겠다” 전국 돌며 정치버스킹 |
홍 전 대표는 8년 만에 국회로 돌아오기에 앞서 최근 보좌진들을 모았다고 한다. 한 측근에 따르면 “거친 말로 싸우지만 이미지가 상하는 정치인이 될지, 품격있는 정치인으로 남을지 고민이 된다”는 말을 털어놨다.
홍 전 대표의 주변 인사들은 총선을 전후로 다시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는데 대해 걱정의 고언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가 공천을 두고 당과 싸운 일과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의 과거 비리 사건을 들춰낸 일 등이다.
고민은 홍 전 대표가 남긴 페이스북 글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12일에는 “진영 논리에 갇혀 자기 편이 아니면 이지메(타인·집단에 대한 과도한 차별)를 하고 있다”며 “정치하기가 두렵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당 대표를 하며 친박계 의원들과 거친 말을 주고 받으며 ‘막말 정치인’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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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대표는 23일 “와각지쟁(蝸角之爭·작은 일로 싸운다)을 벗어나고 싶다”며 “그래서 국민들과 직접 만나 보기로 한 것이다. 주유천하(周遊天下·전국 각지를 돌아다님) 하면서 세상 민심을 온몸으로 체험하겠다”고 글을 남겼다. 복당을 두고 당과 싸우고 177석의 거대 여당에 맞서기보다 그는 “개원이 되면 전국적으로 대 국민 정치 버스킹에 나서겠다. 제가 과연 국가를 운영할 자질이 되는지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 보는 기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배신자 낙인’ 찍힌 대구에서 다시 대권 준비 |
‘개혁보수’의 좌장 유승민 의원은 정치적 고향 대구로 돌아가 바닥을 다진다. 한 측근 의원은 “최근 서울에서 거처를 옮겨 대구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래 대쪽같은 스타일이라 야합과는 거리가 멀다”며 “통합당 내의 주류 세력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4·15 총선에서 새로운보수당을 한국당과 통합하며 보수분열을 끝낸 성과가 있다. 이는 황 전 대표와의 공동 성과다. 하지만 ‘태극기 부대’, ‘아스팔드 우파’로 불리던 당을 통합하며 중도보수로 끌고 온 성과는 더 크다.
반면 대구 일각에서는 유 의원을 ‘배신자’로 부르고 있다. ‘공천 살생부’, ‘친박 학살’ 파동을 일으켰고 결국 정권을 뺏긴 원흉이 박 전 대통령, 친박계와 맞선 유 의원이라는 시각이다. 유 의원은 대권에 도전하려면 대구 민심을 얻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유 의원은 대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측근은 “최근 통합당을 보면어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며 “대구에서 준비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21대 국회에 유승민계로 불리는 하태경, 유의동, 강대식 , 류성걸, 김희국 의원, 김웅 당선자 등이 총선에서 승리해 21대 국회에서 활동한다. 대권 주자로 당내 기반이 살아있다는 뜻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로 능력 인정·차기 대권에 도전 |
통합당의 대표적인 ‘개혁·소장파’ 정치인인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내년 대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측근은 “주변에서는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22년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해다”라며 “제주도지사를 두 번하며 국가 운영능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다 시 한번 도지사를 더하기 보다는 바로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원 도지사는 이미 전국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올해 초 보수진영이 통합하며 출범한 미래통합당의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이에 맞춰 원 도지사의 후원조직으로 알려진 곳도 최근 인력을 보강하고 여의도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경우·김혜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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