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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 눈높이에 좋은 재판"...여론재판 하자는 건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어떤 재판이 좋은 재판인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라는 것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추라는 대목은 없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판결해야 좋은 재판이라는 식이어서 마치 ‘여론재판’을 주문하는 것처럼 들린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시기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들은 4·15총선을 통해 177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줬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라는 게 ‘여대야소’라는 정치지형을 민의로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 지금 법원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의혹, 이재명 경기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의혹 사건 등 여권 인사들과 관련된 재판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이런 식의 발언을 하면 이들 재판을 맡은 일선 법관들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채권추심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2개 재판에서 서로 다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는 지난달 29일 1·2심을 뒤집고 채권추심원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으나 2주 뒤 대법원 1부는 채권추심원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관이 원칙 대신 자신이 생각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요즘 거대 여당은 입만 열면 과거사 재조사를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KAL858기 폭파사건을 다시 조사하자고 했다. 여당이 여론몰이로 수사와 재판을 다시 받게 하고 사법부는 그런 여론을 국민 눈높이라며 받아들여 재판한다면 나라가 어디로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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