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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나온 간송 '보물 불상' 행방은...민간 수집가? 국립중앙박물관?

간송미술관 소장 불상 2점 오늘 경매

오늘 오후 4시 케이옥션에 출품예정

국립중앙박물관 구입의사 확실하면

경매 직전 취소 후 개별거래 가능

경매로 경합 붙으면 가격 치솟을듯

각각 보물 제 284호와 285호로 지정된 간송미술관 소장의 금동 불상 2점이 27일 열리는 케이옥션 경매에 앞서 사전 전시를 위해 공개됐다. /조상인기자




미술품 경매회사인 케이옥션의 5월 메이저경매를 하루 앞둔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한창인 출품작 프리뷰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간송 전형필(1906~1962)의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보물 제 284호와 285호 금동 불상 2점이었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들 보물 불상은 별도 방에 전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시 관람을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 불상의 경우 고미술수집가나 전문가 등이 시간을 두고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위해 30분~1시간 단위로 개인 또는 팀별로 입장해 감상했다. 경매 전 마지막 관람 시간이던 이날에는 미리 예약하지 않은 일반 관객은 불상을 볼 수 없었다. 긴 시간을 할애해 출품작을 분석하듯 본다는 것은 구입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며, 그 같은 관객이 제법 있다는 응찰 예상자도 여럿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물이 흩어지지 않게 지키려 했던 간송의 유지에도 불구하고 간송미술관이 재정난 등을 이유로 보물 2점을 경매에 내놓자 안타까운 시선과 ‘신화는 깨져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27일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인 경매를 앞두고 세간의 관심은 누가 이 유물을 얼마에 사들일지, 과연 실제로 경매에 오르기는 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유물은 전날 전시를 끝내고 수장고로 들어갔고, 경매는 작품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보물 제285호로 지정된 금동보살입상. /사진제공=케이옥션


■국립중앙박물관, 경매에 뛰어들까?

간송미술관 소장품인 데다 보물로 지정된 불상 2점이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공 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를 구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쪽 입장에서는 이미 비슷한 시대, 유사한 형식의 유물을 중복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유물을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게 사실이다. 박물관의 연간 유물 구입비 예산이 40억원인데, 각각 15억원에 나온 이들 불상을 사들일 경우 예산 부담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이 불상의 구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간송이 수집한 유물이라는 상징성이 크고, 이번 경매 전 전시 기간에 불상을 관람한 전문가들 중 긍정적 의견을 내놓은 경우도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들 불상을 소장하려 한다면 불상 각각 15억원씩, 3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박물관이 사들여야 할 유물이 이들 불상 말고도 많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민간 후원 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와 이 중 소그룹으로 활동하는 젊은 경영인 모임인 YFM(Young Friends of the Museum) 등이 있어 박물관의 유물확보를 위해 이들이 나선다면 ‘확보’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박물관회 측 유력 관계자가 유물 구매를 지원할 뜻을 내비쳤다. 이 경우 불상 1구는 박물관이, 다른 1점의 불상은 국립중앙박물관회가 구입해 박물관에 기증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은 구입 예산을 현금으로 받을 수 없고 현물 기부로만 받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의사를 확실히 보인다 해도 경매 참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매에 뛰어들어 민간과 경쟁할 경우 가격이 얼마나 치솟을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보물 제1210호로 지정된 청량산괘불탱은 35억 2,000만 원에 사립박물관을 운영하는 개인에게 팔렸고, 2012년 케이옥션에 출품된 보물 제585호의 서화첩인 ‘퇴우이선생진적첩’은 34억 원에 낙찰됐고 나중에 삼성문화재단이 수집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 모두 경매를 통해 경합이 이뤄져 고가에 팔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선의의 수집을 위해 가까스로 비용을 마련한다 해도 경매 과정에서 값이 오르면 구입하기가 어렵게 된다. 개인 수집가 뿐 아니라 다른 공공박물관과의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오는 10월 개관할 예정인 서울시 산하의 서울공예박물관은 2년 유물구입 예산 약 86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케이옥션과 간송미술관 측이 의견합치를 이룬다면 경매 직전에 출품을 취소하고 개별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보물 제284호로 지정된 금동여래입상. /사진제공=케이옥션


한편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출품한 것을 계기로 주요 문화재의 가치 재검토, 간송 측의 폐쇄적 운영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된 것은 의미있게 새겨야 할 일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들 불상에 대해 한국 불교 조각사의 교과서 격인 책들에서조차 더 이상 다루지 않는 불상들이라는 지적을 내놓았고, 1960년대에 보물로 지정됐으나 간송 측에서 유물을 잘 보여주지 않아 이후 다양한 측면에서의 지속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의 있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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