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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문명을 위협한 말의 배설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런던은 50년 안에 9피트(2.7m)의 말 배설물에 파묻히게 된다.”

지난 1894년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말 배설물로 도시문명이 해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런던 대중교통에 동원된 말만 무려 5만 마리였다. 말 한 마리가 매일 10㎏의 배설물을 쏟아내는 걸 감안하면 도시문명의 현실적 위협이 무엇인지는 자명했다.

도시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를 극복한 건 혁신기술이었다. 자동차는 마차보다 빨라서는 안 된다는 시대착오적인 규제(적기조례)가 폐지된 것도 이 무렵이다. 혁신기술이 보편화되고 자동차산업이 본격 성장하면서 사람들의 이동수단은 빠르게 대체됐다. 어느 자동차 광고 문구처럼 마차가 도심에서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걸린 기간은 13년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경제에 연달아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기업 자금시장은 잔뜩 얼어붙었다. 불안이 증폭되면서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맨다. 21세기에도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말 배설물’은 길거리 곳곳에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대안은 혁신에 있다. 혁신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고 시장의 활기는 성장을 견인한다. 다만 기업으로의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다면 이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도 신(新) 산업 팽창 배경에는 언제나 도전을 감내한 모험자본이 있었다. JP모건의 자금지원 없이 에디슨의 백열전구 발명은 요원했을 것이고 존 S 그레이의 투자 없이 포드의 자동차 상용화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혁신기업 자금공급 분야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본시장은 기업 성장단계별로 자금조달 방식이 세분화돼 있다. 엄격한 대출심사를 거쳐야 하는 은행이나 정책자금에 의존한 벤처캐피털보다 혁신기업 자금조달에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성장한 공룡 스타트업이 하나같이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초기투자와 자본 회수라는 ‘자본시장 투자 문법’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혁신기업 발굴에 자본시장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걸 정부와 시장 모두 알고 있다. 현대사회에 말 배설물로 도시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은 없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다가올 위기도 보란 듯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혁신을 통한 위기 극복의 이면에는 여전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자본이 있을 것이다. 예고된 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에 새로운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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