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자리를 잃은 20대 인도 가장이 열흘 동안 굶주림을 견디며 2,000㎞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 눈길을 끌고 있다. 기막힌 사연의 주인공은 26세의 라제쉬 차우한 씨.
3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차우한은 노부모와 어린 자녀를 포함 11명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고향인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를 떠나 정보기술(IT) 중심지인 벵갈루루의 공사현장에 취직했다. 고향에서는 하루 250루피(약 4,000원)밖에 못 벌지만 벵갈루루에서는 두 배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다른 곳에서 일하는 형과 함께 매달 집에 1만 4,000 루피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3월 24일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정부의 봉쇄조치로 일자리가 끊겼다. 설상가상 가진 돈도 떨어지면서 굶주림에 시달렸고 더는 도시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다. 대안은 하나,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무려 2,000㎞에 달하는 거리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았다. 철도 운행이 제한된 데다 기차표 가격까지 4배 이상 치솟으면서 열차를 타는 것은 그림의 떡이 됐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도보로 집까지 가는 것. 5월 12일 그는 단돈 170루피를 지갑에 넣고 다른 10명과 함께 길을 떠났다. 4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 속에 하루 2시간씩만 휴식을 취하며 매일 200㎞를 걷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출발 후 사흘간은 한 끼도 못 먹었고 그 이후에도 유사시를 대비해 돈을 아껴야 했기에 과자로 끼니를 대신했다. 다행히 도중에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었다. 일부 트럭과 버스가 짧은 거리지만 일행을 태워줬고 지나가던 마을에서는 먹을 것과 목욕물도 제공했다.
출발한 지 열흘 째 되는 날 드디어 차우한과 일행은 그리던 집에 도착했다. 그의 아이들이 뛰어와 안겼을 때 차우한은 “그동안의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건강을 회복하고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면 다시 벵갈루루로 돌아가야 한다. 가난에서 벗기 위해, 늘어난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다. 그는 CNN에 “벵갈루루를 떠날 때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서도 “봉쇄령이 풀릴 때까지 기다린 후 다시 일하러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송영규기자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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