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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피했다"지만...다시 고개드는 홍콩 '헥시트' 우려

미중 갈등에 홍콩 자본·인재 이탈 우려 재점화

일단 양국 관망세…"최악 시나리오 우선 면해"

불확실성 심화에 홍콩 亞 금융허브 위상 약화

홍콩 대체시장에 국내 금융권·정부도 예의주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맞서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나서면서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에서 자본과 인재가 빠져나가는 ‘헥시트(Hexit)’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별 지위가 박탈되면 홍콩이 이제까지 누려온 낮은 세율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낮은 투자 장벽 등 금융 친화적인 환경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일단 금융시장은 홍콩의 자본 엑소더스가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1일에는 홍콩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한 뒤 처음으로 열린 장에서 홍콩 증시가 오히려 급반등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이날 홍콩달러의 달러 페그제를 바꿀 계획이 없으며 홍콩에서의 명백한 자본 유출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응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치닫는 것은 미중 양국도 부담스럽다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행정부는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강력한 제재안”을 예고하며 엄포를 놓았던 것과 달리 구체적인 제재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착수한다는 발표 외에는 새로운 내용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이 우려했던 미중 간 1차 무역합의나 위안화 절하 관련 경고 발언도 없었다. 중국 또한 보안법을 실제 입법하기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아 있어 적어도 코로나19 극복 기간에는 양국이 조심스럽게 관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서영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레토릭 상 대중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재선 전략으로 활용하겠지만 실제 경기나 기업 실적에 부담을 가하는 조치를 쉽게 도입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아직은 홍콩의 달러 페그제가 위협을 받는다거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뇌관이 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이 낮고, 중장기적으로는 그 영향이 쉽게 가늠되지 않아 우선 시장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지난달 24일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이 앞으로도 세계 3대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는 물음표가 여전하다. 미중 갈등이 계속되고 홍콩의 근본적인 문제, 즉 정치체제 개혁이 해결되지 않는 한 ‘헥시트’의 불씨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는 시위가 격화한 지난해부터 이미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6~8월 사이에만 4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홍콩을 이탈한 것으로 파악했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9월에 이어 올 4월에도 중국과의 정치적 차별성 약화와 중국의 개입 확대 등을 이유로 홍콩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차례에 걸쳐 AA+에서 AA-로 내렸다. 이는 기업과 은행 등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홍콩을 해외투자 비즈니스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는 국내 금융권은 물론, 아시아 금융 허브 이전 가능성에 대응해야 할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는 일부 시중은행에 홍콩에서의 비즈니스 이전 가능성을 문의했다. 기재부는 최악의 경우 홍콩을 이탈할 글로벌 금융기관 및 자본을 한국에 유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 수위에 따라 실제로 홍콩에서 비즈니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며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그 인력과 자본을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물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지난달 28일 안개 낀 홍콩의 페리에서 한 여성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AP통신


현재 국내 주요 은행들은 홍콩에 해외 거점을 두고 글로벌 IB·트레이딩 등의 업무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6곳에 글로벌 IB데스크가 있는 신한은행은 홍콩에만 50명에 가까운 IB 인력을 두고 가장 큰 규모의 IB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하나은행도 홍콩 법인인 KEB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에 국내외에서 소싱된 글로벌 IB딜을 심사·기표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뉴욕·런던·인도·독일 등 세계 9곳에 IB데스크를 두고 있는 우리은행도 홍콩에 별도 법인을 꾸려 본격적인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이 현실화해 자본 이동과 비자 발급에 장벽이 생긴다면 이러한 이점도 사라지게 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세계 4위 규모의 자본시장에서 전 세계의 금융산업 핵심 인재가 모두 모여 정보를 교류하며 안정적인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는 게 홍콩만의 장점인데 여기에 차질이 생긴다면 굳이 홍콩에 있을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홍콩을 대체할 후보지로 싱가포르를 꼽는다. 이미 지난해 홍콩 시위가 격화하면서 대부분의 국내 금융사들은 홍콩에 쏠려있던 해외IB·트레이딩 업무의 무게중심을 조금씩 싱가포르로 분산해왔다. 시중은행의 한 글로벌 부문 임원은 “국가보안법 이슈가 즉시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만약의 경우에는 싱가포르가 대체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을 잃더라도 외국환거래법을 비롯한 자본 이동과 금융권에 대한 정부 규제가 촘촘한 우리나라가 그 역할을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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