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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론] 홍콩사태와 기로에 선 한국경제

구정모 대만·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美中 갈등·신냉전에 수출 큰타격

제2 한강의 기적 만든다는 각오로

기술 혁신·투자 활성화 힘 쏟아야

구정모 대만·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이 큰 파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중관계가 더욱 악화하게 됐다. 미국은 그동안 투자, 무역, 관세 및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조치에 들어가고 중국 또한 미국의 비판을 내정간섭이라고 경고해 미중 간 갈등은 심화하고 무역전쟁 재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고 홍콩과 가장 가까이 교감하는 대만은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상당한 내상을 입은 것 같다. 그동안 잠잠했던 양안(兩岸) 관계의 긴장 국면이 중국 양회(兩會)를 전후한 대만 무력침공 언급과 홍콩사태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이 그동안 천명해온 ‘일국양제’ 원칙을 사실상 ‘일국일제’로 대체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이는 대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대(對) 중국 및 홍콩 수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직접투자도 45%나 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만으로서는 정치·안보 못지 않게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구조개혁이나 교역 다변화 및 성장동력 확충이 지지부진해 새로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지속적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된 셈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타격 역시 이에 못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성적 불황에 시달리는 가운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역성장 중인 우리로서는 설상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난 셈이다. 홍콩은 한국의 4대 수출 대상국으로서 중계무역 기지의 역할이 큰데 미국의 홍콩 특별대우 박탈로 금융·서비스 및 물류 기능이 약화하면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이 홍콩에 수출한 제품의 82% 정도가 중국으로 재수출된다는 점이다. 홍콩을 통한 우회수출은 중국에 직수출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홍콩의 특별지위가 사라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나 물류비 증가와 함께 까다로운 중국의 통관·검역절차로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홍콩 수출에서 4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그래도 홍콩 사태를 미시적 측면에서만 분석한다면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은 이 정도로 마무리될 수 있다. 하지만 거시적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신냉전 도래 및 미중갈등 격화의 서막이 될 것이다. 신냉전이 과거와 달리 정치·군사·경제 등 전면적인 충돌 형태로 전개된다면 한국 경제는 어느 나라보다 엄중한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의 틈에 끼여 활로를 찾아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한국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극복과 불황 탈출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지난 반세기에 걸쳐 이뤄낸 ‘한강의 기적’을 다시 승화시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채비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세계 경제질서도 재편되는 과정에서 무릇 현재의 위기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앞으로의 질서에서는 탈세계화와 국가 간 협력·공조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정부와 시장의 역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을 가리지 말고 마음껏 뛸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기만 하면 되고 최근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같은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려면 기술혁신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어느 때보다도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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